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그제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투자회사 설립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국내 대기업이 본업에 충실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금산분리 규제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서로를 지배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공정위가 대기업 규제의 본산이란 것을 감안하면 주 위원장 입장에서 기존 원칙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든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세기적 대전환기에 금산분리 같은 낡은 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시대 흐름을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금산분리는 미국에선 20세기 초반 은행의 산업 지배를 막기 위해, 한국에선 개발연대 대기업의 금융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지금 글로벌 산업전쟁은 제조와 금융을 따로 떼어놓지 않는 총력전이다. 개별 기업 시가총액이 수천조원을 넘나들고 수십, 수백조원의 새로운 투자계획이 국가별로 무수히 쏟아지는 판이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의 미래가 결정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모두 AI 생태계 구축과 확장을 위해 자금과 기술을 끌어모으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등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만 AI산업의 선도력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데이터센터도 국내 기업보다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면 산업계 금융계 가릴 것 없이 동원 가능한 모든 자본을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기 자본뿐 아니라 투자 펀드를 통해 타인 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우물 안 영업’에 매몰된 은행 등 금융회사에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AI 분야에 한해서라도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해 보자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특별법 방식으로 풀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주 위원장은 이런 상황과 산업계 거대한 흐름을 숙고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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