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놀라운 삼성전자 실적…'메모리 슈퍼사이클' 이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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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07 17:25 수정2026.04.07 17:25 지면A31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매출 133조원과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표를 내놨다. 분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며 한 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이익을 넘어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의 분기 최고 이익을 넘는다. 일부 증권사와 글로벌 투자은행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려잡으며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화하면 TSMC를 제치는 것은 물론 ‘반도체 황제’ 엔비디아와 글로벌 영업이익 1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취다.

삼성의 약진은 우리 경제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고유가·고환율로 신음하는 한국 경제에 삼성이 거둬들인 막대한 외화는 경상수지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법인세 납부를 통한 세수 기여는 올해 ‘적자국채 없는’ 추가경정예산을 뒷받침하며 국가 재정의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이 우리 경제의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축배를 들기보다 긴장의 고삐를 죌 때다. 화려한 수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직시해야 한다.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 전체 체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선언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 결과에 가깝다. 파운드리 사업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과 가전 부문도 선방했다고 하지만 원가 상승과 수요 정체에 직면했다. 메모리 쏠림이라는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내부 분위기다. 노조는 역대급 성과 보상을 요구하며 파업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금의 호황이 분배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영원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투자 붐도 언제든 꺾일 가능성이 있다. 경쟁자는 삼성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삼성은 슈퍼사이클이 가져다준 과실을 미래 경쟁력 확보에 써야 한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가 그 예다.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가 흔들린다는 애정 어린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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