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성과급 상한제 폐지로 촉발된 노사 간 보상 갈등이 반도체 업종을 넘어 자동차, 조선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갈등의 핵심이다. 당장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라는 기존 요구를 고수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작년 순이익의 30%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성과 배분을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지급 요구에 굴복하면 이 같은 보상 제도의 전방위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 중동 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기업 중심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산업 양극화의 그늘을 더 짙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허리 격인 중소기업계는 수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고환율·고금리로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차례차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지난해 국가산업단지 내 휴·폐업 기업은 1090곳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였다. 올해 1분기 휴·폐업한 기업도 이미 248곳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쪽에선 역대급 실적의 일률적 보상을 논의하는데, 다른 한쪽은 생존을 걱정하며 줄폐업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과이익 공유 방식의 성과급 제도까지 확산하면 노동시장 양극화는 더 구조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갈등 봉합의 관건은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요구를 거두는 대기업 노조의 결단에 달려 있다. 요구 관철만을 위한 억지 주장과 감정적 대립은 노사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파업 불길부터 막아내는 게 급선무다. 그런 다음 근속조건부 주식보상(RSU) 등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교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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