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밸류업'에서 성장 투자로…日 정책전환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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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혁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성장 투자 지침’이 그 내용이다. 핵심은 기업이익을 주주환원에 쏟아붓기보다는 인적 자원과 연구개발(R&D)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정권 이후 일본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핵심 지표로 앞세워 기업에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도록 독려했다. 기업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렸다. 일본은 ‘밸류업의 모범생’으로 불리며 닛케이지수 60,000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 투자가 뒤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자사주 매입과 현금성 자산 축소 등으로 ROE 등 재무지표는 좋아졌지만, 인적 자원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의 성장 투자 비율이 미국과 유럽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진단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산업성은 새 지침을 통해 주주 환원을 넘어 자본 효율이 높은 사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해 부가가치를 키울 것을 요구했다.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한 히타치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지금 히타치의 ROE는 12%를 넘고 PBR은 세 배 중반이다.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투자와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이룬 수치다.

일본의 성장 투자 지침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기업에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드라이브와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도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과를 초과 이익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본이 밸류업 정책의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결론은 명확하다. 주주 환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기업이 미래 먹거리에 과감히 베팅하고 신사업으로 구조를 재편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을 통해 판을 깔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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