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그제 밤 총파업을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성과급 협상을 타결했다. 최대 100조원 규모 피해가 우려되던 노사 공멸의 파국을 막아낸 것은 천만다행이다. 끝까지 교섭의 장을 유지하며 돌파구를 마련한 정부의 중재 노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체 수출의 22.8%,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6%를 점유한 ‘국가대표 기업’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떠받칠 중요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 쟁점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반도체부문(DS)의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라’는 노조의 요구였다. 최종 합의에서 성과급 재원은 애초 노조가 주장한 ‘영업이익의 15%’ 수준에서 ‘사업성과의 10.5%’(기존 성과급(OPI) 포함 시 12%)로 조정됐다. 현금 지급 요구도 자사주 지급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별경영성과급 배분 기준 역시 공통 부문 몫과 사업부별 몫을 4 대 6 구조로 조정하며 절충점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산업계 전반에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다른 대기업 노조의 보상 요구가 잇따를 것이란 사실은 자명해지고 있다. ‘영업이익 n% 성과급’이 초래할 산업계 혼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실적 연계형 성과급의 제도화가 산업계에 확산하면 기업들은 고정비 가중에 따른 불확실성 리스크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은 주주 몫’이라는 상법의 대원칙은 차치하더라도 노조의 무리한 성과 배분 요구는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 초격차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산업에서 영업이익은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의 핵심 재원이다. 미래 생존을 담보할 성장 밑천이 현재의 보상 재원으로 과도하게 소진되면 기업은 물론 10대 대기업 수출 의존도가 50%를 넘는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더 걱정되는 건 현대 경영의 핵심 가치인 성과주의 근간이 위협받는 것이다. 이번 합의로 올해 적자 상태인 비(非)메모리사업부조차 연봉보다 많은 억대 성과급을 챙기게 된다. 내년부터 적자 사업부는 공통 부문 몫의 60%만 보상하는 완충 장치를 뒀다고는 하지만 경영 기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가전·모바일(DX)부문과의 노노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보상 요구가 1700여 개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 노조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양대 노총은 어제 약속이라도 한 듯 “성과 독식은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압박에 나섰다.
근로자 보상은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자본 투자와 노동 헌신이 어우러져 만든 성과는 이분법적으로 단정해 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경쟁력이 다른 만큼 보상 체계 역시 그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남이 하니 나도 한다’ 식의 맹목적 추종은 경계해야 한다. 근속 조건부 주식보상(RSU) 등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도입하는 데 노사가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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