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를 안고 취임했지만, 금융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Fed가 긴축으로 태세를 전환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3%대 후반으로 뛰었다.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5.2%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다.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거의 접었다. 선물시장에서는 Fed가 연내 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42%로 예상하고 있다. 한 달 전 확률은 제로였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에너지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브렌트유는 한 달 가까이 배럴당 100달러 선 위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이 직면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위기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한국보다 1~1.25%포인트 높은 ‘역전’ 상태다. Fed가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면 역전 폭은 더 커지고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은 높아진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520원 선까지 올라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고유가는 기업 원가와 가계 부담을 키운다. 고금리는 한계기업을 압박한다.
한국은행의 선택지도 좁아졌다. 오는 28일 신현송 총재 취임 후 처음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 내부에서는 “인하 사이클을 끝내고 인상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라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수출 호조와 성장률 반등에도 환율 불안, 유가 상승, 금리 불안, 수도권 집값 움직임까지 경제 전반의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중소기업과 가계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은행 부실채권도 늘고 있다. 겉으로는 호황처럼 보여도 금융 취약성은 누적되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증시 낙관론에 취할 때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금융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 외환시장 안정,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과열 차단, 한계기업 구조조정, 금융권 충당금 점검도 추진해야 한다. 실물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재점검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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