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국회 청문회를 불과 1주일 앞둔 어제 박대준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모회사인 쿠팡Inc의 핵심 인사이자 ‘김범석의 복심’으로 알려진 해럴드 로저스 최고관리책임자(CAO)를 임시 대표로 선임한 것은 모회사 차원에서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위중함과 악화한 여론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쿠팡의 실질적 경영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와 경찰의 강제 수사라는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17일 청문회 증인으로 김 의장을 포함해 대표 교체 전후의 핵심 인사 6명이 무더기로 채택돼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쿠팡 안팎에서는 로저스 대표가 국회에 출석해 이전 현안 질의 때보다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상황을 외면하기 위한 ‘대리 출석’이나 책임 회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미국 법인인 쿠팡Inc 자회사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는 ‘한국 기업’이다. 김 의장은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경영자로 쿠팡의 모든 전략적 결정은 그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 이번 사태 역시 단순한 실무 차원의 오류가 아니라 고객 정보 보호와 관련한 최고경영진의 인식과 시스템 전반의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로저스 대표는 한국적 정서를 잘 이해하지 못할 공산이 커 자칫 국민적 실망감만 더 키울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쿠팡의 급격한 성장 이면에 숨겨진 ‘책임 경영 부재’와 ‘투명성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중대한 과실로 대표 교체 정도에서 무마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김 의장은 이번 청문회에 직접 출석해 사태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객과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이것만이 쿠팡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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