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위헌 논란을 빚어온 내란전담재판부부터 그런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내란 사건 재판이 신속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재판은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사법의 대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박은정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내란재판부를 두고 “시행을 염두에 둔 게 아닌,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과 경고성으로 보인다”고 한 것도 문 전 권한대행의 발언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대폭 증원안을 꺼내 든 건 조희대 대법원장 주도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선 직전에 파기 환송해 선거 개입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은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법부도 상고심 과부하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1, 2심 약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년간 매년 4명씩 증원해 26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이 방안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증원 인원을 포함해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정권에 유리하게 대법관 숫자나 구성을 바꾸려 한다는 뜻의 ‘코트 패킹(court packing)’ 우려가 광범위하게 제기된 것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사법 시스템은 한번 바뀌면 여러 정부에 걸쳐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건 배당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나 기준이 추상적인 법왜곡죄는 정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문 전 권한대행은 “나중에 폭정이 행해질 때, 사법이 폭정을 견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당은 이런 기준에서 보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사법개혁 법안들을 신중하고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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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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