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탄소중립을 위한 바이오에너지 현황과 과제

1 month ago 13
김덕근 에너지연 바이오자원순환연구실장김덕근 에너지연 바이오자원순환연구실장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 발전·수송·건물·산업 전 부문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중립으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기후위기와 에너지 불안은 동시에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수소화 등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환 속도와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바이오에너지는 이런 전환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매스는 성장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이를 연료로 활용한 뒤 다시 배출되는 탄소 순환 구조를 이룬다. 이런 특성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바이오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바이오에너지는 기술적 완성도를 기다려야 하는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 당장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수송 부문에서 바이오에너지 역할은 분명하다. 대형 트럭, 선박, 항공 등 장거리 운송 수단은 높은 에너지 밀도가 필요해 단기간 내 전기화가 어렵고, 수소 역시 인프라 구축과 비용 측면에서 시간이 요구된다. 반면 바이오연료는 기존 내연기관과 연료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어 전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기화·수소화로 가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전환 수단으로 평가된다.

현재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 발전용 바이오중유, 폐기물 기반 바이오가스, 우드펠릿 등이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공 분야를 중심으로 바이오항공유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파리협정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세계 바이오에너지 소비는 2020년 43.7엑사줄(EJ)에서 2050년 107EJ로 증가할 전망이며, 특히 수송 부문은 3.3EJ에서 23EJ까지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이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국제 규제 역시 이런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항공·해운 분야 탄소 감축 의무가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바이오연료와 바이오항공유 보급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상향, 바이오중유 활용 확대, 바이오항공유와 선박연료 실증 등 정책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바이오매스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유공정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000년부터 바이오디젤 연구개발(R&D)을 시작해 품질기준 마련과 국내 시범보급 및 상용화에 기여했으며, 현재는 바이오항공유 국산화 기술 확보를 위해 원료 전처리, 수첨 바이오디젤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전환 촉매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지금의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바이오에너지는 미래 기술을 기다리는 동안 공백을 메우는 임시 해법이 아니라, 전환기의 속도와 현실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에서 바이오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김덕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바이오자원순환연구실장 dkkim@kier.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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