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할 때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전략을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양자(퀀텀) 등 산업 전반을 재편할 첨단 신기술이 쏟아지면서 기업 투자자들에게 IP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지식재산처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7회 지식재산(IP) 금융포럼’이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에서 열렸다. 5대 은행(국민 우리 신한 하나 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투자기관·보증기관 등 약 140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첨단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IP의 가치와 IP금융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특허 몇 건’ 수준에 머무는 공시를 넘어 기업의 IP 전략과 활용 방식, 사업과의 연계성까지 구체적으로 반영된 공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특허 숫자만으론 기업을 알 수 없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국형 IP공시 활성화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무형자산 투자가 유형자산보다 세 배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한국 기업공시는 여전히 특허 건수·취득일 정도만 기재하는 수준”이라며 “IP의 사업 기여도나 경쟁력과의 연결성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다양한 연구를 인용해 “기업가치 기여 요인 중 지식자본 비중이 50%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허 품질이 기업 이익·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주요국은 IP 전략을 공시에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일본 금융청은 2019년 기업지배구조코드 개정에서 ‘지식자산 투자 및 공시’ 의무를 명시했다. 유럽 역시 경영보고서에서 무형자산과 기업가치 창출 스토리를 연계해 소개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사업보고서에는 지식재산권 종류와 취득일 정도만 담긴다. IP와 기업가치 간 관계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실장은 “사업보고서 지침에 IP와 사업 포트폴리오 간 연계성을 명확히 반영하고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P 공시 확대가 내부 전략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 IP 가치평가 정밀해져야
이승협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IP 투자 활성화 방안’ 발표에서 “기술기업의 성장을 더 확실하게 뒷받침하려면 제도권이 IP 관련 정보를 더 폭넓게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평가 방식과 정보 제공 체계도 함께 손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P 가치평가 제도가 초기 기업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보 비대칭이 생기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술 단위를 넘어 IP 포트폴리오 단위로 평가 범위를 확대하고, IP 거래가격과 로열티 및 법적 분쟁 정보 등을 통합한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P 가치평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IP금융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IP금융은 IP 담보대출과 IP보증, IP 직접투자로 크게 나뉜다. 국내에서는 2013년 산업은행이 첫 IP 담보대출을 도입했다. IP금융 규모는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2028년까지 매년 1000억원 규모 딥테크 IP 공동 펀드를 조성해 기술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IP금융 20조원 시대를 곧 열겠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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