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홀로 사는' 명세빈, "50대 김부장 내 얘기 같아" [인터뷰+]

1 week ago 4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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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명세빈이 '국민 첫사랑', '청춘 스타'를 넘어 50대의 '워너비'로 등극한 후 소감을 전했다.

명세빈은 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주말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서울 자가') 종영 인터뷰에서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제 인생과 함께 맞물려 간 거 같다"며 "위로라기 보다는, 제가 겪어 왔고, 그런 작품을 통해 보여진 게 있어 제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김부장'은 취업도, 승진도, 집도, 차도 '남들만큼' 사는 김 부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대기업 부장직에 번듯한 서울 자가,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내와 자랑스러운 아들까지 남 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삶을 살던 그가 전부라 믿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명세빈은 김부장 김낙수의 아내 박하진 역으로 활약했다. 박하진은 한평생 남편을 믿어왔고, 무난한 성격과 대인관계로 살아왔지만 '적당히 살려면 적당히 살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내 직업, 내 벌이, 내 생활을 찾아 나서는 인물. 빼어난 생활력과 현명한 행동으로 위기의 김부장 가족의 구원투수로 활약한다.

실제로는 "서울 자가에 홀로 산다"는 명세빈이지만, '서울 자가' 속 낙수와 하진의 이야기에 "굉장히 몰입이 됐다"고 고백했다. 명세빈은 가수 신승훈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데뷔해 그야말로 '깜짝 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청순 가련의 '국민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작 명세빈은 "그런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40대 초반이 되고 후배들의 얘길 들어보면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뭔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저 역시 그랬다"며 "앞자리가 달라지면서 생각하는 게 있지 않나. 저도 그 생각을 했고, 그러니 이 작품에 더 몰입이 되더라. 낙수의 모습도, 하진의 모습도 제 모습 같았다"고 했다.

다음은 명세빈과 일문일답.

/사진=코스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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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마감했고, 호평이 나왔다.

= 시청자들이 '용두용미'라고 해 주셨다. 그런 칭찬을 들으니 더 감사했다. 대본을 볼 때부터 좋았다. '이런 엔딩이라니, 감동이다' 싶었다. 그런데 '닥터 차정숙'을 해서 그런지 시청률은 아쉬웠다.(웃음) 원작도, 감독님도, 류승룡 배우 아닌가? 그래서 시청률은 더 기대한 게 있었다. 그런데 초반에 안 나와서 '이게 왜 이럴까' 싶었다. 너무 '하이퍼리얼리즘'에 힘들어했구나 싶더라. 그걸 감당하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나 싶었고. 그런데 진행되면서 얘기가 진행됐다. 내부적으로도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 다들 '수고했다'고 하고, 동지애가 있었다.

▲ '답답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중년 남성들의 공감 반응이 많았다.

= 제가 그 나이대이다 보니 '서울 자가'는 아니고, '분당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었는데, 정말 몰입해서 봤다고 하더라. 처음 제가 주변에 이런 작품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너무 재밌겠다'와 '너무 이게 내 얘기라 마주할 수 있을까' 이런 반응이 둘로 나뉘었다. 회사에서 힘들었는데, 또 TV를 보며 느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다 서서히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 20년 이상 일한 직업인이지만, 작품을 하면서 느낀 직장인의 고충은 달랐을 거 같다.

= 프리랜서지만, 한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싶다. 저도 라디오를 예전에 할 때 '이렇게 월화수목금토일을 매일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싶더라. 이렇게 일하는 건 결혼 같더라. 제2의 가족 같고. 하지만 살아내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는 걸 리얼하게 느꼈다. 프리랜서도 프리랜서의 고통이 있지만, 저희 오빠도 회사원인데 '이렇게 고생했겠구나', '감내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동지애로 살아가는 친밀함이 가족과 다르게 쌓이는 곳이 회사구나' 이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 현실적인 부분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을까.

=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친구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말 못하고 회사 사람들에게 말 못 하는 걸 저에게 얘길 많이 한다.(웃음) 그래서 어느 정도 느끼고, 이 나이 삶에 고민, 갈등, 자녀나 남편의 관계 등도 얘길 듣고. 다만 하진의 모습은 판타지적이라는 게 고민이었는데, 실제로도 있더라. '우리 와이프 같았다'는 문자도 오늘 아침에 받았다. 어려운 부분은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이런 엄마의 모습이면 좋겠다'고. 대본의 상상은 제가 하지만, 남자의 마음을 달래고 오래된 부부로서 안아주고 시선을 맞춰주는 건 '이런 게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많이 물어봤다.

▲ 하진은 왜 낙수를 버리지 않았을까?

= 저도 고민했다. 그런데 엔딩을 보면서 '김낙수 왜 이렇게 짠하냐' 이런 대사를 보는데, 그때도 '짠하다' 생각하며 연기했지만 다시 보니 '저거였구나' 싶었다. 그런 사랑의 마음인 거 같다. 저도 그렇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성숙된 인격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거 같다.

▲ 두 사람이 젊은 시절도 연기했다. 탄탄한 복근도 화제가 됐따.

= 20대 화면이 잘 나온 건 머리발이 있는 거 같다. 길고 화려한 게 많은 걸 가려주기도 하고, 살려주기도 한 거 같다. 그렇게 준비하고. 저도 확실하게 '날날이'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20대 젊은 어린 청춘의 패기, 자기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꼽 티도 입고, 미니스커트도 입어 보고,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시도한 끝에 그 모습이 나왔다. 감사하게도 제가 살이 찌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힘든 면도 있다. 제가 지구력이 떨어진다. 다만 단기 근력은 좋다. 그래서 그 덕에 다이어트는 하지 않고 크롭 티셔츠를 입었다.

▲ 어떻게 20대 모습을 봤을까. 20대 땐 '청춘', '청순'의 대명사였는데.

= 지금은 확실히 꾸며진 20대였다면 전 아무것도 몰랐다. 저도 그 나이땐 그랬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

▲ 남편 류승룡과 연기는 어땠나.

= 저에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진이가 사랑을 받은 것에는 류승룡 씨와 감독님 덕분인 거 같다. 작게 연기를 해도 크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주시고, 마음도 많이 열어주셨다. 그래서 그 안에서 코믹도 하고, 마음껏 펼쳐도 류승룡 씨가 다 받아줘서 정말 좋았다. 빨리 친해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실제로 오래된 부부고, 아들도 연령이 비슷했다.

▲ 실제로는 친구들과 한 건물에 살면서 솔로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걸 보여줬다. '가족과 함께'라는 메시지를 보여준 '서울 자가'를 보며 개인적으로 남다른 생각도 느꼈을 거 같다.

= 이제 혼자서 살고 있다. 이제는 혼자 사는 화려한 싱글이다.(웃음) 제가 친구들이랑 같이 살아왔지만 모두가 비혼주의자는 아니었다. 혼자 살기 전엔 부모님과 살았고, 전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했던 친구가 또 다른 친구가 생기고,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더라. 그래서 나는 어떤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도 '지지해 주고 기다려주는 친구가 되자' 이런 생각을 했다. 하진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실제로 이 시기를 보내면서 이번 작품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 제 스스로도 짠하다.(웃음) 아직 못 느껴질 수도 있다. 40대 중반부터 그게 느껴진다. 40대 초반이 되고 후배들의 얘길 들어보면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내가 뭔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 저 역시 그랬다. 앞자리가 달라지면서 생각하는 게 있지 않나. 저도 그 생각을 했다. 그러니 이 작품에 더 몰입이 되더라. 낙수의 모습도, 하진의 모습도 제 모습 같았다. 다 끝난 거 같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거. 저도 40대 때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꽃을 배운 거고. 40대 초반에 아프리카 봉사를 갔다. 거기에서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연기자가 아니라면 이들에게 뭘로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아무것도 없더라. 그래서 업종을 바꿔서 꽃을 배웠는데, 예상치 못하게 '닥터 차정숙' 제안을 받았고, 연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다가왔다.

▲ 그 이후로 예능 출연도 하고, 과거의 '신비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도전을 하는 거 같다. 이것도 변화의 연장선일까.

= 오히려 편해진 거 같다. '한번 도전해 보지 뭐' 이게 된 거 같다. 속으로는 힘들었던 것도 있다. '예능이 이렇구나' 이렇게 생각하고.(웃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배우고, 신비주의 하지 않고, 제 부족함을 보이는 것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20대, 30대 초반에 왕성한 시기가 있었을 때와 달리 지금은 또 다른 풍성해진 부분이 있다. 그래서 삶이 또 재밌어지더라. 드라마와 가치관에 있어서 젊었을 때, 순수했을 때, 잘 몰랐을 때 인생도 있지만 많은 경험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고, 그게 또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소망을 잃지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작용되지 않나 싶다.

▲ '유퀴즈'와 뉴스에도 출연했다.

= 너무 신기했다. 얼떨떨하고. 유재석 씨 보는 것도 신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아닌가. 정말 좋았다.

▲ 또 예능 섭외가 온다면 출연할 예정인가.

= 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예능도 잘하고 싶은데, 아직은 무섭기도 해서. 더 잘하고 싶다.

▲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 그래서 걱정이다.(웃음) 다음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감을 느낀다. 감독님과 류승룡 씨가 큰 힘이 됐고, 나도 나를 보는 모습이 유연해진 거 같다. 앞으로 더 재밌게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에 몰입하면서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 제2의 전성기라는 반응도 너무 좋다. 또 다른 느낌이다.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못 본 시험을 다시 잘 보고 싶은 느낌이다. 물론 그 인생의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거기서 느낀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거 같아서, 기회가 주어진 거 같아 기대가 된다. 첫사랑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었다. 한 인간으로서 항상 청순할 수 없으니까.(웃음)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닥터 차정숙'이 너무 감사한 작품이었다.

▲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게 있을까.

= 좋은 엄마의 얼굴로 가스라이팅하는 악한 역이나 액션, 스포츠 영화 여러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 이 작품이 준 위로가 있을까.

=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제 인생과 함께 맞물려 간 거 같다. 위로라기 보다는, 제가 겪어 왔고, 그런 작품을 통해 보여진 게 있어 제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게 된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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