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척추 협착 수술 후 만성 통증 환자 구별 마커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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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0 09:00 수정2025.11.20 09:00

국내 연구진이 척추관협착증 수술 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뇌척수액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인터루킨-6 농도가 낮을수록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김영훈 정형외과 교수팀이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은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진행해 통증 관련 바이오마커를 찾았다고 20일 밝혔다. 약물로 조절이 힘든 환자를 조기에 감별해 적절한 수술 개입을 진행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이 손상되거나 압박돼 발생하는 만성 통증이다.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30%가 이런 통증을 경험한다. 수술로 신경 압박을 해소해도 일부 환자는 통증을 계속 호소한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술 전에 어떤 환자가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될지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명확치 않았다.

교수팀은 환자 수술 전과 후, 1개월, 3개월, 1년 시점에 신경병증성 통증 정도를 평가해 수술 전 신경병증성 통증이 없는 그룹(6명), 수술 전 통증이 있었으나 수술 후 해소된 그룹(8명),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그룹(8명)으로 나눠 뇌척수액 내 바이오마커 농도를 비교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경 손상 초기에 분비돼 신경 회복을 돕는 세 가지 핵심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 인터루킨-6(IL-6)은 신경이 손상될 때 분비되는 물질로 면역 반응과 통증 신호를 전달한다.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1(Her1)은 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단핵구 화학유인 단백질-1(MCP-1)은 손상 부위로 면역 세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통해 통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 환자들은 세 가지 바이오마커 농도가 모두 낮았다. 인터루킨-6 농도는 세 그룹 간 비교에서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통증이 없는 그룹은 6.18피코그램/mℓ, 통증이 해소된 그룹은 4.81피코그램/mℓ, 통증이 지속된 그룹은 1.58피코그램/mℓ로 측정돼 통증이 지속된 그룹은 다른 두 그룹보다 낮았다.

신경병증성 통증 증상 지속 기간이 길수록 인터루킨-6와 Her1 농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 압박이 오래 지속될수록 바이오마커 농도가 감소하고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급성기 신경병증성 통증과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번 바이오마커 확인은 이를 감별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증상이 악화돼 약물로 조절이 어려우면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게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형외과 및 척추외과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유럽척추학회지(European Spine Journal)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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