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월 2000만원 보장'…전교 1등이 의대 가는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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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피부미용 시장에서 의사 몸값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미용클리닉들은 전문의와 일반의를 가리지 않고 월 세후 1500만~20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의사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급증한 탓에 임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전용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최근 보톡스와 레이저 등 비수술적 미용 시술, 이른바 ‘쁘띠 시술’을 담당할 의사에게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채용 공고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역 인근 한 피부과는 지난달 23일 “쁘띠가 주 업무, 세후 월 2000만원 보장”이라는 공고를 올렸다. 이날도 “실수령 월 1500만원 이상, 인센티브 별도 지급” 등 조건을 내건 채용 공고가 이어졌다.

급여뿐 아니라 근무 조건도 향상되고 있다. ‘야간·주말 당직 없음’ ‘신입에게 대표 원장이 시술 노하우 전수’ ‘개원 시 노무·세무 지원’ 등을 내세우는 의원도 있었다.

올초만 해도 서울 지역 피부미용 시술 관련 일반의 신입의 월급은 세후 600만~700만원대였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집단사직한 전공의 상당수가 개원가로 쏟아지면서다. 이후 올 9월 사직 전공의가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면서 의사 몸값이 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사직했을 때 피부과에서 일한 동료들이 특히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피부·성형 환자 증가도 의사 몸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 통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피부과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70만5044명으로, 2023년 23만9060명의 세 배에 달했다.

젊은 의사들이 대부분 수도권 피부미용 시장으로 쏠리면서 지역 공공의료기관 기피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지방 의료원은 올해 6월 기준 35곳 중 29곳이 적자인 상황에도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임금 체불 사태를 겪고 있는 속초의료원을 비롯한 강원지역 의료원은 4억원대 응급실 전문의 연봉을 감당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지역 공공의료 현장의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한의사 인력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민형/이지현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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