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AI인프라 투자사 5조에 인수…전력난에 '항공기 터빈'까지 발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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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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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디지털브리지그룹을 40억달러(약 5조7500억원) 인수한다. 소프트뱅크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에 맞춰 AI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이다. AI인프라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기 위해 항공기 터빈을 구매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디지털브리지는 29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인수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디지털브리지 주식을 주당 16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사들인다. 부채를 포함한 총 기업가치는 약 40억달러(약 5조7500억원)다. 인수가는 26일 종가 대비 15%, 인수설이 보도되기 전인 지난 4일 대비 50% 가량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디지털브리지는 통신탑,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에 특화된 세계 최대 투자사 중 하나. 밴티지데이터센터, 데이터뱅크, 스위치 등 굵직한 인프라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총 운용자산은 지난 9월 기준 108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

이번 인수에는 'AI 인프라'를 장악하겠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야심이 반영됐다. 소프트뱅크는 올초부터 오픈AI, 오라클과 함께 50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AI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기반을 강화하고 선도적인 인공초지능 플랫폼 제공업체가 되도록 앞당기겠다"라고 말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디지털브릿지 주가는 전날보다 현재 전날보다 9%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데이터센터 운영사 '스위치'의 별도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AI기업들이 직접 AI인프라 기업을 인수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22일 데이터센터 기업 인터섹트를 현금 47억5000만달러(약 7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알파벳의 인터섹트 인수가 '데이터센터 번호표를 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하기 위해서는 '전력망 접속 우선권'을 주정부로부터 받아야한다. 이 권한을 받기 위해서는 부지 허가 등 절차를 거쳐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 당장 데이터센터를 확충해야하는 AI 기업들로서는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다. 이에 접속 우선권을 텍사스주에서 미리 확보해놓은 인터섹트를 인수했다는 해석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센터 업계에서 항공기 파생형 가스터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기존 전력망에 연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AI 기업들이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추기 위해서다. 항공기 터빈형 발전기의 원리는 화력발전소와 비슷하다. 주로 천연가스로 이뤄진 연료를 넣으면 터빈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전력을 만들낸다. 터빈을 데이터센터 옆에 설치하고, 배선을 연결하면 즉시 전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차이는 기존 전력망에 연결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GE버노바는 데이터센터 개발사 크루소와 항공기 파생형 터빈 스물아홉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7월 체결했다. 크루소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데이터센터를 공급하고 있다, 항공 스타트업 붐슈퍼소닉 역시 이런 항공기 파생 터빈을 크루소에 판매하고 있다. 블레이크 숄 붐슈퍼소닉 최고경영자(CEO)는 "비행기를 먼저 만들 줄 알았는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전력 설비를 만들어 달라고 사정했다"라며 뜻밖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기업인 프로에너지 역시 보잉757용 엔진코어를 개조한 5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을 1기가와트(GW) 이상 판매했다.

비상용으로 쓰이던 디젤 발전기를 주 전력원으로 쓰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발전기 제조사 커민스는 올해 데이터센터용 발전기 판매 용량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켄 파크 GE버노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가교 전력으로서 소형 가스 유닛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소형 발전 설비는 대형 발전소보다 효율이 낮아 탄소 배출량이 많다. 유틸리티 업체가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BNP파리바는 메타가 오하이오주에서 건설 중인 자체 가스발전소의 전력 생산 단가가 일반 산업용 전기 요금의 2배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가 줄어들면 고비용 발전에 대한 수요도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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