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수술 후 반감된 폭발적 스타트, 세밀한 썰매 주행으로 만회
"목표는 항상 높게 잡아야…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 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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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안홍석]
(평창=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하하."
부상에서 막 깨어난 몸으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메달 기대감을 끌어 올린 정승기(강원도청)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스켈레톤의 '에이스'인 그는 2024년 10월 웨이트 트레이닝 중 허리를 심하게 다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는커녕 아예 못 걸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도 잘 마쳐 트랙으로 돌아왔지만, 강점인 폭발적인 스타트 실력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가 2025-2026시즌 월드컵 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출국할 때 그의 입상을 기대한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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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안홍석]
19일 강원도 평창 동계훈련센터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정승기는 "나도 솔직히 기대는 안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정승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호성적을 냈다. 총 6차례 경기 중 4경기에서 5위권 성적을 올렸고, 그중 3차 릴레함메르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트랙'에서 열린 1차 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선 5위로 입상권에 근접한 성적을 냈다. 특히 1차 대회 첫 주행에서는 2위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승기는 "3등을 목표로 달렸는데 숫자 '2'가 찍혀 있었다"면서 "'아직 내가 (메달) 경쟁권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누워있을 때가 생각나면서, 여기까지 온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강점이 아니었던 '주행 능력'을 이번 시즌 극적으로 끌어올린 게 좋은 성과의 비결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정승기의 스타트 기록은 대부분 10위권 밖이었으나 주행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정승기는 원래 주행엔 큰 강점이 없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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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안홍석]
정승기는 "스타트가 좋았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스타트로 초를 줄일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주행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켈레톤 선수들은 몸으로 눌러 썰매를 컨트롤한다. 정승기는 스타트 강점이 사라지면서 주행에만 집중하다 보니 좀 더 세밀하게 썰매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차량 운전을 예로 들면, 예전엔 운전대를 10도씩 돌렸다면 이제는 5도씩 돌리기 때문에 더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승기는 "부상 뒤 스타트 훈련에서 고등학생 시절 기록이 나와 충격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주행으로 보완해 나가다 보니까 나도 예상 못 한 유형의 선수가 된 것 같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잘하던 것을 과감히 버리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에 집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대부분이 '독한 성정'을 타고났다. 늘 완벽해지려고 자신을 다그친다.
정승기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대부분 선수는 월드컵 시리즈 내내 스타트 실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했을 터다.
하지만 정승기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느긋한 성격'은 주행 능력 향상이라는 새로운 살길을 찾도록 이끌었다.
정승기는 "허리가 이런데 마냥 밀어붙인다고 그게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는 게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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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안홍석]
일찍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정승기는 월드컵 7차 대회에 불참하고 일찍 귀국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제 다시 스타트 능력을 끌어올릴 시간이다.
정승기는 사실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신경 일부가 아직 깨어나지 않아 엉덩이와 오른쪽 발의 감각이 둔하다.
또 허리의 중심 근육이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다. 근육량, 체지방 수치가 부상 전보다 좋은데도 스타트 능력이 회복되지 않는 이유다.
올림픽 첫 주행을 하는 2월 12일까지 정승기의 허릿심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승기는 허리가 다시 깨어날 때까지 묵묵하게 훈련하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정승기는 "스타트가 잘 나와주면 진짜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다 제쳐두고 선수라면 가장 높은 목표를 잡고 가는 게 맞다. 내 목표는 항상 금메달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1월19일 16시0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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