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행사가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을 지나면 비로소 어느 정도 할 일을 다한 기분이 든다. 스승의날을 맞아 아이는 반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쓰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등교해서 교실을 꾸미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드리기로 했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스승의날이라고 뭘 하면 ‘김영란법’ 위반이 되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너희들이 준비하는 건 법으로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안심시켰지만,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부정청탁금지법’은 잇단 공직자 부패 사건으로 공직 사회 청렴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제정된 법으로, 사회적 논쟁 끝에 2015년 3월 국회를 통과해 2016년 9월 시행됐다. 부정청탁 관행을 금지하고,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는 경우도 금품 등의 수수 행위를 제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은 물론 교직원과 언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다른 분야는 몰라도 교육 현장의 청렴성은 매우 강화된 것 같다. 과거의 촌지 문화는 이제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체험학습을 갈 때 교사의 도시락을 챙기는 것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스승의날이라고 해서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주는 것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된다.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드리는 경우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기준이 이렇게 엄격하고 모호하니, 선생님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이해가 된다.
다른 분야는 어떨까. 사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 사회의 부패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2024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 접수된 1357건 중 446명이 위반행위자로 처분됐는데, 이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는 7.4%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과태료나 징계부가금 처분이었다. 부정청탁금지법 입법 당시 금품 수수의 경우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정청탁이 너무 만연해 있어 당장 부정청탁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해서 일단 이에 대해서는 과태료만 부과하기로 했다. 적절한 시점에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법 시행 이후 부정청탁에 관한 규정은 전혀 개정된 바가 없다.
반면 공무원 등에게 허용되는 식사나 선물 범위는 조금씩 확대됐고,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 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5만원 내 식사나 선물이 가능하고, 명절 때는 농수축산물이라면 30만원 범위에서 선물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제 부정청탁금지법이 무엇을 위해 제정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이 법은 교사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드리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서나, 공무원에게 얼마까지 선물을 줄 수 있는지를 정하기 위해 생긴 게 아니다. 입법 목적과 사회 변화에 상응하도록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내용은 삭제하는 등 관련 규정을 실효성 있게 개정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처분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으로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담보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1 day ago
1
![[사설] ‘6억원’ 이익 단체 보호하는 노동법, 이제 낡은 틀 깨야 한다](https://www.chosun.com/resizer/v2/7I33GPKZIZIS3DJFMLDMULI2HI.jpg?auth=57ebb4b220d1794fb675fa10fd9df23daa5b6617c7fcecad0f8176068fea9847&smart=true&width=5268&height=3833)
![[팔면봉] 국민연금,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 대폭 상향키로. 외](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與 후보 회피 토론, 심야에 한 번 하고 7시간 뒤 투표](https://www.chosun.com/resizer/v2/HAYDOZBSGYZTQMTGGQYGGOJXMU.jpg?auth=0746b99bb281e03b7c607a143f89b228bbe884abc00eb6622d50ffe7152642ee&smart=true&width=600&height=403)
![[사설] 우리 화물선 침몰했을 수도, 왜 이란과 이스라엘 대응이 다른가](https://www.chosun.com/resizer/v2/GY2WGYRXHFTGIOJUGMYTGOBVMI.jpg?auth=adca681243769b5eaec4a404348953266678a616e453da44d80f3e783c53bc03&smart=true&width=443&height=510)
![[朝鮮칼럼] 지방선거에서 민주주의 불씨만은 살리자](https://www.chosun.com/resizer/v2/VC2WGV3LBVCFBNG55Q6L4H3HLE.png?auth=e0bddbefcedf6f01f16e4ff531af3e494c5d375cc960b2ab226c64fa64a2db73&smart=true&width=500&height=500)
![[유광종의 漢字로 보는 중국] [21] 혁신의 가면을 쓴 ‘황제 정치’](https://www.chosun.com/resizer/v2/TPBG2YZ5JJG7FBANURTWLKRXTQ.png?auth=ae93d9da182c772f48b6b9a39019a2f264e834fd0776148ff47d5904e91c22fb&smart=true&width=500&height=500)
![[동서남북] 5·18 기억하자며 5·18에 역행하는 그들](https://www.chosun.com/resizer/v2/KOHAXZRILFH6NI7N6MKXGE73K4.jpg?auth=d00e1614bceea1af1bf6c43b0e5c553d9898be50158b8cd0b08cde5aad65045a&smart=true&width=1384&height=178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