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인민복 입고 사열…"딥시크가 中 전투기 편대 지휘" [강경주의 테크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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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9월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사열하는 모습 2025.9.3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9월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사열하는 모습 2025.9.3 (베이징 교도=연합뉴스)

지난 9월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열병식에서 1만2000명의 인민해방군(PLA) 병력들은 눈을 부릅 뜬 채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행진인 '쩡부(正步)'를 선보였다. 마오슈트(인민복)를 갖춰 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중국 열병식의 진짜 주인공 'GJ-11'

23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서방에서 '거위걸음(goose-stepping)'이라 비꼬는 이 행진법은 예로부터 중국, 북한, 소비에트 연방(소련)에서 군대의 위용을 드러내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이자 서방의 최첨단 전력에 대항하는 인해전술의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규모 쩡부를 비꼬던 서방의 군사 관계자들은 중국이 500여 대의 최첨단 무기들을 차례로 등장시키자 충격을 받았다. 중국의 군 전력이 사람을 갈아넣는 인해전술에 그치치 않고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세계 최강의 전력을 과시해서다. 워싱턴DC의 군사 안보 씽크탱크들은 AI 모델 딥시크가 중국군의 자율 표적 인식과 전장 의사결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AI를 통해 군사 현대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열병식의 핵심은 육·해·공 전 영역에서 핵 억지력을 구축한 '핵 3축(트라이어드·Triad)'의 완성이었다. 육상에서는 사거리 1만30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61이, 해상 전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JL-3이 이목을 끌었다. 사거리 1만1000㎞로, 중국 근해에서 발사해도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중 전력으로는 전략폭격기 탑재용 JL-1이 등장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 3축 보유국 대열에 합류했음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하지만 핵은 대칭적 전력 무기인 탓에 실전 적용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실제 전장에서 타격을 주는 AI 기반의 스텔스 무인 전투기(UCAV) 'GJ(攻擊·꿍지)-11'의 등장에 더 주목했다. 한자 그대로 '공격하다'라는 뜻을 가진 GJ-11는 '리졘(利劍·날카로운 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GJ-11은 선양항공공업집단이 2009년 시작한 스텔스 드론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이 시작됐고, 현재는 훙두항공공업집단에서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항공공업진단공사의 자회사다.

중국 베이징에서 2025년 9월3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인민해방군(PLA) 무인작전부대가 GJ-11 스텔스 무인전투기를 등장시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중국 베이징에서 2025년 9월3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인민해방군(PLA) 무인작전부대가 GJ-11 스텔스 무인전투기를 등장시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프로토타입은 2013년 말 첫 비행을 했고 2019년 10월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개념 형태로 공개됐다. 꼬리가 없는 가오리 형태의 스텔스 설계가 특징인 GJ-11는 길이 10m, 날개폭 14m의 무인전투기로 최대 이륙중량은 10t이다. GJ-11은 아음속(마하 1 미만 속도) 비행 기준으로 6시간 동안 1500㎞ 반경에서 순항미사일, 대레이더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 최대 2t 무장량을 지닌 채 AI 기반의 작전이 가능하다.

GJ-11이 중국 연안에서 출격할 경우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는 제 1도련선 전역을 작전반경으로 두게 된다. 이 기체를 항모에 탑재할 경우 작전반경은 제 1도련선 범위를 훌쩍 넘어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게 된다. 다른 유무인 전투기들과 실시간 정보 공유, 상황인식, 협력적 의사결정, 임무 분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에선 GJ-11이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에 맞서는 중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과 편대를 이뤄 협력 작전도 펼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CCTV는 중국군이 GJ-11과 J-20 스텔스 전투기가 함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윙맨(wingman)'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AI를 활용해 J-20 전투기와 GJ-11이 함께 비행하는 모습을 방영했다. CCTV는 J-20 조종사 2명 중 뒷자리에 앉은 조종사가 GJ-11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에 쓰이는 엔비디아 칩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9월3일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행진인 '쩡부(正步)'로 퍼레이드를 하는 모습 / 사진=AFP 연합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9월3일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행진인 '쩡부(正步)'로 퍼레이드를 하는 모습 / 사진=AFP 연합

전문가들은 GJ-11의 운용에 딥시크가 탑재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딥시크 출시 이후 무인전투기를 비롯해, 로봇견, 전술차량에 AI를 접목하려는 중국군의 'AI 군사 굴기'가 심상치 않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중국군의 최근 조달 기록과 특허 등을 분석했더니 딥시크 모델이 언급된 사례가 크게 늘었고, 실제 결과물 역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9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중국군이 낸 수십 건의 입찰 공고를 분석한 결과 12건에서 딥시크 사용이 언급됐다. 이 매체는 "중국이 딥시크와 AI를 활용해 미국과 군비 경쟁을 따라잡으려 하는 체계적 노력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보안기업 '레코디드 퓨처'의 산하 조직 '인식트 그룹'은 지난 6월 'AI의 눈: 중국 군사 정보 분야의 생성형 AI 활용'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군과 방산업 조달기록을 보면 5월 말 기준 딥시크는 150 차례 이상 언급됐다"며 "2월 첫 등장한 뒤 3~5월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딥시크의 대형언어모델(LLM) V3와 저비용 모델 R1 출시 시점이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군이 짧은 시차를 두고 딥시크의 군사 전력화에 속도를 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I에 쓰이는 하드웨어 칩 수요 상황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로이터는 "미 상무부가 2022년 9월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칩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군과 산하 기관이 6월에도 해당 칩을 사용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년간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등 중국 국방 관련 학자들이 제출한 특허 35건에서 엔비디아 A100 칩 사용을 언급한 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실전 배치와 성능을 규명하긴 이르지만 AI에 기반한 성과물이 하나둘씩 등장하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2월 공개된 중국 최대국영 방위산업체인 중국병기공그룹의 전술차량 P60의 경우 중국 당국이 딥시크 탑재를 공식화한 사례다. 무인 자율 전술차량이 시속 50㎞로 전장을 헤집고 다니면서 보급과 견인 등 지원 임무를 실시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딥시크의 전장 분석자료를 받은 P60은 장애물 회피·표적 식별·대열 주행 등을 알아서 척척 해냈다.

지난 9월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공개된 GJ-11 / 사진=중국 CCTV 캡처

지난 9월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공개된 GJ-11 / 사진=중국 CCTV 캡처

로이터는 "중국군 군집 드론이 인간 개입을 최소화 한 채 딥시크로 표적을 인식·추적하는 대형 편대의 작전을 구현하려 한다"고 짚었다. 시안공업대학 연구진은 지난 5월 공개한 연구에서 딥시크 기반 시스템이 4만8000초(약 13시간) 걸리던 전장 시뮬레이션 분석을 48초 만에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딥시크의 베이징 지사 인근에 위치한 베이징항공우주대학은 '저고도·저속·소형(LSS)' 위협 대응용 드론 군집 의사결정 시스템에 딥시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인식트 그룹은 "중국군이 딥시크를 포함한 AI 시스템을 융합해 정보 분석과 보고서 작성 자동화를 아우르는 전용 도구를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미 국무부로부터 받은 답변을 인용해 "딥시크는 중국의 군사·정보 활동을 기꺼이 지원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딥시크 전략'이 단순한 기술 고도화를 넘어 '밀리터리 알고리즘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AI를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여기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로 읽힌다.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행진인 '쩡부(正步)'를 연습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 사진=AFP 연합

관절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높이 쳐드는 행진인 '쩡부(正步)'를 연습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 사진=AFP 연합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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