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테너의 왕' 프랑코 코렐리를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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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 칼럼] '테너의 왕' 프랑코 코렐리를 기리며

불세출의 테너 프랑코 코렐리(1921~2003)를 아는가. 테너 중의 왕이라는 ‘일 프린치페 데이 테노리’로 불린 가수 말이다. 그를 알려면 베리스모부터 알아야 한다.

베리스모란 19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사실주의 예술운동을 일컫는다. 진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베로(vero)’에서 유래했다. 환상적인 신화, 고결한 귀족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루자는 시도다.

시작은 프랑스. 문학사조 자연주의의 대표격으로 ‘드레퓌스 사건’ 당시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발표한 에밀 졸라(1840~1902) 등의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환경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동시에 작가의 주관을 배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반영하려고 했다.

베리스모 문학은 주로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달픈 삶과 그들의 거친 언어를 그대로 담는데, 음악적으로는 비극적 상황을 폭발적인 가창과 드라마틱한 선율로 극대화하는 형식을 취한다. 빈곤, 질투, 치정, 복수, 살인 등을 소재로 미화되지 않은 일상의 비루함과 폭력성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드라마틱하고 폭발적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움베르토 조르다노(1867~1948)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황금기를 장식한 베리스모 오페라의 거장이다. 그의 선율은 매우 극적이고 감정 기복이 크다. 29세(1896년)에 발표한 작품 ‘안드레아 셰니에’가 가장 유명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랑스 혁명기의 비극적 사랑을 다뤘는데, 초연 직후 그는 푸치니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를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조르다노의 음악은 ‘뜨거운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시적인 가사와 폭발적 고음 그리고 긴박하게 흘러가는 극적 구성으로 관객을 일거에 사로잡는 힘이 있다.

배경은 파리. 1789년 프랑스혁명 직전부터 1794년 공포정치 시대까지 이어진다.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셰니에는 백작 부인 저택에서 귀족들의 가식적인 삶을 비판하는 시를 낭송하고, 이를 본 백작 부인의 딸 마달레나는 그에게 매료된다. 하인 제라르는 혁명 사상에 심취한 급진파. 귀족에게 반기를 들고 자유인이 된다.

혁명 후 셰니에는 혁명의 변질을 비판하다가 감시 대상이 되고, 가문이 몰락한 마달레나와 재회해 사랑을 확인한다. 혁명 지도자로 변신한 제라르는 질투와 시기에 사로잡혀 셰니에를 반역죄로 고발하고 마달레나를 차지하려고 한다. 사형수가 된 셰니에를 구하기 위해 마달레나는 제라르에게 애원하고 그는 마지못해 청을 들어주려고 하지만 때는 늦었다. 상심한 마달레나는 처형 명단에 들어있는 여인을 대신해 셰니에와 함께 단두대로 향한다.

마지막 제4막에 셰니에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가 있다.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이다. 코렐리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차가운 감옥에서 자신의 삶과 사랑, 예술 세계를 회고하며 노래한다. ‘…나의 심장부터 당신께 바치리다/ 차가운 죽음의 호흡이 머지않았소/ 나는 기꺼이 그 품에 안길 것이오/ 곧 죽는 남자로부터.’

코렐리는 조각 같은 외모와 180㎝가 넘는 훤칠한 키로 ‘오페라계의 아폴론’으로 불렸다. 그가 무대에서 비극의 주인공을 연기할 때면 관객은 완벽히 몰입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코렐리의 목소리는 크고 우렁차며 날카롭고 단단하게 정제된 빛과 같았다. 소리가 또렷하고 관통력이 뛰어난 것을 이탈리아 말로 ‘스퀼로’라고 한다. 코렐리는 ‘스퀼로의 제왕’이었다. 의심할 바 없다. 1955년 제작된 오페라 영화 속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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