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 한국오픈 예선 출신 우승 '새역사' "아내가 대리운전 불러주며 예선 내보낸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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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양지호가 한국오픈 우승 뒤 아내 김유정씨로부터 축하의 볼키스를 받고 있다. 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24일 양지호가 한국오픈 우승 뒤 아내 김유정씨로부터 축하의 볼키스를 받고 있다. 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제공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 18번홀(파5) 그린. 마지막 퍼트를 하는 양지호의 눈가는 벌써 붉게 물들어있었다. 이미 2위와는 5타 차이, 보기로 홀을 마무리하면서 4타 차 우승을 완성한 양지호는 눈물을 훔치며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양지호가 내셔널 타이틀 한국오픈(총상금 14억원)의 사상 첫 예선전을 거친 챔피언으로 등극한 순간이다.

양지호는 이날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7개, 버디 2개로 5오버파 76타를 쳤다. 이날 하루에만 5타를 잃었지만 전날까지 7타 차이 선두를 만들어두었던 터라 우승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이날 우승으로 양지호는 우승 상금 5억원과 특별 보너스 2억원, 총 7억원의 '잭폿'과 함께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5년 시드,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거머쥐었다. 여기에 오는7월 영국 로열 버크데일GC에서 열리는 디오픈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품에 안았다.

이번 대회에서 양지호는 시작부터 이변의 중심에 있었다. 양지호는 예선을 통해 출전해 우승을 거머쥔 첫번째 한국오픈 챔피언이다. 대회를 마친 뒤 양지호는 "지난주 영암에서 KPGA투어 대회를 마치고 너무 피곤해서 '한주 쉬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아내가 꼭 도전하고 오라며 대회장까지 대리기사를 불러주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인) 용인에서 춘천까지 한시간 반 동안 대리기사님이 운전해주시는 차를 타고 푹 쉬었고, 예선전을 치른 덕분에 이렇게 행운을 잡게 됐다. 대리기사비 10만원이 만들어준 행운"이라고 미소지었다.

사진=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사진=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그렇게 출전한 예선에서 양지호는 18위를 기록했다. 원래대로라면 15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이번 대회에는 시드권자의 불참이 늘어 18위인 양지호에게까지 출전권이 왔다. 사실상 추가합격자로 출전한 셈이다.

한국오픈은 2003년부터 우정힐스CC에서 열렸다. 지난해 코스 정비를 위해 라비에벨로 옮겨갔다가 올해 2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원래 피트 다이의 악명높은 설계로 유명한 우정힐스는 코스 정비 뒤 더욱 난이도를 높여 선수들을 괴롭혔다. 첫날 그린스피드 4.3m(스팀프미터 기준)에 지뢰같은 라이를 숨겨둔 그린은 선수들을 괴롭히며 첫날부터 오버파가 쏟아졌다.

하지만 양지호는 첫날 6언더파로 선두에 오른 뒤 2, 3라운드에서도 4타씩 줄였다. 혼자서 다른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듯 언더파 행진을 이어갔다. 양지호는 "우정힐스에서 그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는데 플레이에서 행운이 많이 따랐다"면서도 "4라운드 내내 행운만으로는 우승을 거머쥐진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바뀐 그린이 오히려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양지호는 "다른 선수들이 퍼팅라인을 읽기 너무 어렵다고 하는데 저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며 "반대편에서 보니 라인이 심플하게 잘 보였고, 그게 잘 통했다"고 말했다.

7타 차 선두로 시작했지만 양지호는 "아침에 밥이 넘어가지 않고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긴장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날 1, 2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다소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앞조에서 경기한 왕정훈과 배상문도 추격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추격자들은 한때 4타차까지 따라붙었다.

양지호는 9번홀(파4)에서 행운의 칩인버디로 흐름을 바꿨다. 이번 대회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에서 양지호는 두번째 샷을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뜨렸다. 핀을 겨냥한 어프로치샷은 강하게 굴러가 깃대를 맞추고 홀 안으로 떨어졌다. 앞서 왕정훈이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스코어는 다시 6타 차이로 벌어졌다. 우정힐스의 악명같은 홀인 '실코너(16번~18번 홀)에서 3타를 더 잃었지만 우승 가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지막 홀에서 세번째 샷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뒤부터 양지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18번홀 세번째샷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사진=코오롱한국오픈 대회조직위원회

드라마같은 우승의 순간, 양지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가족이었다. KPGA투어에서 양지호의 백을 들고 필드 위의 전략가가 되어준 아내는 임신으로 이번 대회를 갤러리로서 응원했다. 오는 11월에는 아이(태명 무럭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양지호는 "경기를 하면서 힘든 순간마다 아내와 무럭이를 생각하며 힘을 냈다"며 "그간 골프 선수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했다. 그런데 이제 골프로 아내와 무럭이를 책임져야 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선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깊은 감사의 뜻도 전했다. 양지호의 아내 김유정씨는 그의 앞선 두번의 우승 모두 합작한 주역이다. 특히 2023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마지막 파5홀에서 "우드 말고 아이언으로 끊어서 가라"며 안전한 코스 공략을 권해 우승을 만들어내는 핵심역할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리기사를 불러주며 예선 출전을 권해 우승을 거머쥐는데 핵심역할을 했다. 그는 "그동안 코스에서 제가 투정을 부릴 떄 많이 맞춰준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며 "18번홀 세번째 샷을 올리고부터 아내와 가족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로 양지호는 단번에 7억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애초 이번 대회는 LIV 골프가 5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총상금이 20억원으로 증액됐으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이 중단되면서 위기에 놓인 LIV가 지원을 철회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14억원이 됐다. 총상금 증액에 따라 7억원으로 올랐던 이번 대회 우승 상금도 5억원으로 돌아갔지만, 대회 후원사인 코오롱이 선수·팬과의 신뢰를 지키고자 대승적 차원에서 특별 우승 상금 2억원을 추가하면서 우승자에게 7억원이 주어졌다. 양지호는 "이번 우승상금(7억원)으로 아내에게 꼭 좋은 선물을 해주겠다. 얼마전 아내가 '집이 좁다'고 했는데 이번 상금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천안=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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