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트리카 총괄 "韓 혁신 신약 비용 지출, 선진국 중 최저…환자 접근성 높일 지원책 절실"

2 weeks ago 2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0.8%를 혁신 의약품에 지출하지만 한국은 0.09%만 지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혁신 의약품을 다른 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죠.”

엘레나 트리카 총괄 "韓 혁신 신약 비용 지출, 선진국 중 최저…환자 접근성 높일 지원책 절실"

엘레나 트리카 아스트라제네카 약가정책 총괄 부사장(사진)은 24일 기자와 만나 “보건의료 비용 지출은 투자뿐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세계 제약사 중 미국 화이자에 이어 두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관세 면제 등을 담은 약가 협상을 성사시켰다. 트리카 부사장은 미국 정부 관계자와 만나 협상을 이끈 주역이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약값을 부담하면서 혁신 신약 개발 비용을 전담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17개 대형 제약사에 미국 환자들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약가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미국이 책임지던 혁신 비용을 다른 국가들과 나눠 분담하는 ‘가격 균등화’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엘레나 트리카 총괄 "韓 혁신 신약 비용 지출, 선진국 중 최저…환자 접근성 높일 지원책 절실"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최혜국 대우 수준으로 미국 내 약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공보험인 메디케이드부터 시작해 모든 의약품으로 약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조 연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2030년까지 미국에 500억달러(약 69조원)를 투자한다.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의 미국 수입 관세는 3년간 유예된다.

트리카 부사장은 이런 미국 정부 방침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 상황은 분명 혼란스럽다”면서도 “다만 많은 국가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제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한 기회”라고 했다. 각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취지다.

한국은 선진국 중 혁신 신약에 대한 비용 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다. 국내 건강보험 약품비 중 신약 지출 비중은 13.5%로 튀르키예(16.1%)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렴한 약값 탓에 최근엔 한국 시장에 신약을 출시하지 않거나 출시한 신약을 철수하는 글로벌 제약사도 늘고 있다. 한국의 낮은 약가가 중국 등 주변 국가의 약값 기준이 될 수 있어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코리안 패싱’이다.

트리카 부사장은 “약가 경제성 평가 지표(ICER) 기준치는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얼마나 가치 있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한국의 ICER 기준치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신약이 갖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재원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