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 '무서운 뒷심'…방신실, 생애 첫 매치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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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번째 트로피 든 방신실 > 방신실이 17일 강원 춘천 라데나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 여섯 번째 트로피 든 방신실 > 방신실이 17일 강원 춘천 라데나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매치플레이의 진정한 묘미는 ‘이변’이다. 전체 타수가 아니라 홀 단위의 1 대 1 진검승부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 때문에 예측 불허의 변수가 끊이지 않아서다. 톱랭커가 초반에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될 때마다 골프팬의 희비도 수시로 교차한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무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회 내내 이변이 속출하며 살얼음판 승부 속에서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선 이는 방신실이었다.

방신실은 17일 강원 춘천 라데나CC(파72)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최은우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승리했다. 이번 대회 7전 전승으로 ‘매치퀸’에 오른 방신실은 올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읏맨 오픈 이후 8개월 만에 통산 6승 고지를 밟았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이다.

◇단단해진 내면의 힘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예선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예원과 2년 전 대회 우승자 박현경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아울러 임진영, 고지원, 김민솔, 김민선, 유현조 등 올 시즌 챔피언이 대거 16강 문턱을 넘지 못해 우승 경쟁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투어 톱랭커인 방신실의 우승 역시 또 하나의 이변으로 꼽힌다. 2023년 정규투어 데뷔 후 앞선 이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조별예선을 통과한 적이 없었다. 데뷔 첫해엔 예선 3경기에서 2승1패를 기록한 뒤 홍정민과의 연장 승부에서 패했고, 2024년과 지난해에는 단 1승에 그쳐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방신실이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매치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단해진 내면’에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 도전했다가 시드 확보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의 탈락은 골프계는 물론 당사자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이는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방신실은 지난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프게 배운 기회였다”며 “실력으로도, 내적으로도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절치부심하며 KLPGA투어에서 재도약을 다짐한 방신실은 올 시즌 출전한 6개 대회 중 세 차례나 톱10에 오르며 매서운 기세를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별예선을 3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뒤, 16강부터 신다인, 서교림, 홍진영을 차례로 꺾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3홀차 뒤집기로 정상

결승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전반을 타이로 마친 방신실은 후반 들어 급격히 샷이 흔들렸다. 11번홀(파4)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네 번째 샷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린 게 뼈아팠다. 이어진 12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이 페널티 구역으로 빠져 벌타를 안고 보기를 기록해 홀을 연달아 헌납했다. 14번홀까지 내리 내줘 3홀 차로 밀려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방신실의 무서운 뒷심은 이때부터 발휘됐다. 15번홀(파4)에서 7.5m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17번홀(파4)을 파로 막아내며 승리해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운명의 18번홀(파5)에서는 최은우가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친 틈을 타 파를 지켜내며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기세를 탄 방신실에게 연장전은 거칠 것이 없었다. 18번홀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방신실은 침착하게 파를 지켜냈고, 최은우가 보기를 범하면서 길고 긴 승부의 마침표가 찍혔다. 방신실은 “3홀 차가 됐을 땐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거의 마음을 내려놓고 하늘에 결과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발전하려고 노력한 것이 시즌에서 효과를 보는 것 같아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간절히 원하던 시즌 첫 승을 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노력해 다승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3·4위전에서는 홍진영이 박결을 꺾고 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상금은 1억3500만원이다. 3위와 4위는 각각 9000만원, 6000만원을 받는다.

춘천=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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