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의 저주'에서 풀려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마스터스 2연패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10일(현지시간)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중간합계 12언더파를 기록하며 2위 샘 번스와 패트릭 리드(모두 6언더파, 미국)를 더블스코어로 제치며 우승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버디 9개, 보기 2개로 7언더파를 몰아쳤다. 특히 12번 홀(파3)을 시작으로 마지막 7개 홀에서 14번 홀(파4)을 제외하고 모두 버디를 잡아내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노련한 베테랑'의 귀환… 쇼트게임이 만든 6타 차 선두
지난해 우승자인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지난해 대회 직전까지 오거스타내셔널은 그에게 아픈 기억이 많은 코스였다. 2011년 대회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80타를 치며 우승을 잃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네개의 메이저 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우승만 따내지 못하면서 오거스타내셔널은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기 위해 그가 반드시 정복해야할 마지막 퍼즐로 남았다.
이 숙제는 그에게 오히려 더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마스터스 우승이 간절해질수록 오거스타는 그에게서 한발짝씩 멀어졌다.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퍼터, 드라이버를 바꾸기도 하고 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사전이벤트 '파3 콘테스트'를 건너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간절한 마음은 오히려 그의 경기력을 옭죄는 족쇄가 됐다. 특유의 장타에 다이내믹한 플레이, 막판 몰아치기도 오거스타 내셔널에 오면 힘을 내지 못했다.
이같은 저주는 17번째 출전이었던 지난해에야 풀렸다. 3라운드까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다가 최종라운드에서 다시 한번 주춤했지만 연장전 끝에 결국 오거스타 내셔널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확정 직후 그린에 주저앉아 그간 눌러왔던 울음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은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돌아온 올해, 매킬로이는 한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18번째 도전하는 베테랑답게 코스에 대한 이해는 누구보다 높았고, 부담을 덜어낸 몸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티샷이 페어웨이 밖으로 벗어났지만 완벽한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했고 완벽한 퍼트로 마무리했다.
경기를 마친 뒤 매킬로이는 "이 코스는 허용하기만 한다면 몰아치기가 가능한 곳"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12번 홀부터 시작된 버디 행진에 대해 "마지막 7개 홀에서 6개의 버디를 잡을 줄은 몰랐다"면서도 "17번 홀 칩인 버디는 보너스였지만, 전반적으로 웨지 플레이와 쇼트게임이 매우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대회 직전 3주간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던 매킬로이는 이 기간 대부분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회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습한 것이 주효했다"며 "그린 주변에서의 훈련이 지난 이틀 동안 확실한 보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매킬로이는 18개 홀에서 퍼터를 단 24번만 잡으며 정교한 그린플레이를 선보였다.
◆"지키려 하지 않고 버디 노릴 것"
2라운드까지 6타 차라는 압도적인 리드를 잡았지만 매킬로이는 "보수적인 플레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2011년 마스터스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지키려 하지 마라'는 것"이라며 "내일도 자유롭게 경기에 임하며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계속 버디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선두에 있을 때 다소 방어적이고 머뭇거리는 경기를 했다면, 이제는 실수가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몰아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내 방식대로 플레이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내내 '계속 스윙하자, 강하게 스윙하자'라고 되뇌었다"고 털어놨다.
무빙데이를 앞두고 매킬로이는 잠시 2연패 도전의 긴장감을 잊을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저녁에는 몬테카를로 테니스 대회를 시청하고, 딸 포피와 함께 '주토피아 2'를 볼 예정"이라며 "티오프 2~3시간 전부터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오랜 시간 '저주'에 가까운 실패를 이어가다가 단숨에 2연패를 도전하는 동화같은 이야기에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매킬로이가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냈기에 2연패를 해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프레드 커플스는 "로리가 지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니클라우스가 해준 '더블 보기를 하지 마라'는 조언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며 "기대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칭찬은 달콤하지만 1번 홀 티박스에 서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샷을 날리고 퍼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8번째 출전한 마스터스, 누구보다 잘 알지만 상처도 많이 받았던 코스에서 매킬로이는 이제 2연패를 노린다.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을 이겨내고 우승까지 거머쥔 그는 거침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매킬로이는 "6타 차 선두는 중요하지 않다. 남은 두 라운드를 더 잘치는게 목표"라며 "리더보드는 신경쓰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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