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현수]개인보단 집단보상, 시험대 오른 ‘K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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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장

김현수 산업1부장
초유의 반도체 파업 위기가 가까스로 봉합되며 산업계가 한시름을 놨다.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하고, 해외서도 공급망 차질을 걱정했을 만큼 이례적인 사태였다. 삼성전자가 노사 갈등을 매듭짓고 다시 뛸 준비를 하는 것은 수출과 주식시장, 경제 전반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식 보상 체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보상은 ‘우리 사회가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 주는 이정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문제는 자원 배분, 즉 보상 체계의 왜곡에서 비롯된다.

삼전닉스가 던진 ‘보상의 의미’

초등학생부터 ‘의대준비반’에 몰려드는 현상도 결국 K보상 체계가 누적된 결과다. 의사가 ‘개인의 노력으로 미래의 경제적 보상이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축적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역시 왜곡된 보상 체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흉부외과나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는 업무 강도와 소송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아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누구나 ‘낮은 위험, 높은 보상’을 좇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보상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 필요한 동기를 부여하고, 위험을 감수한 도전과 혁신에 합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의 수억 원대 성과급도 온 나라를 뒤흔들며 새로운 보상 데이터값을 입력했다. 이공계 인재도 의사나 글로벌 빅테크 임직원만큼 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일각에선 현장 생산직을 폄하하지만, 이들은 미국 유럽이 스스로 반도체 팹을 짓지 못하는 이유이자 한국 제조 경쟁력의 핵심이다.

문제는 부정적 신호도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개인의 기여보다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느냐가 보상의 규모를 정한다는 시그널이다. 인공지능(AI)발 호황으로 대기업 간에도 보상 격차가 매우 커졌다. 삼성전자 안에서도 메모리 칩을 만드는 사업부의 성과급이 평균 1인당 6억 원이라면 메모리를 연구하는 석박사 인력은 4억 원대로 차이가 있다. 모두 절대적으로 큰 금액이지만, ‘2억 원’의 차이에 개인의 노력이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단순한 ‘배아파리즘’을 넘어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집단의 벽에 갇힌 한국 보상체계 개인별 차등 보상이 어려운 이유는 한국 제조업이 오랫동안 ‘원팀’을 기반으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는 전체가 협력해 수율을 높이는 구조다. 미 애리조나주 TSMC에 취업한 현지인들이 “왜 딴청 부리는 동료와 내가 같은 월급을 받느냐”며 제조업 특유의 보상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반면 빅테크는 장기적 성과를 위해 천재급 인재에게 자원을 몰아 준다. 훗날 노벨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팀을 잡기 위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바이두까지 수백억 원을 걸고 구애 작전을 펼친 바 있다. 당시가 2013년으로 AI가 상업화될지 아무도 모르던 때였지만, 가능성을 보인 학문적 성과만으로 막대한 보상을 걸었다.

K보상은 어떤가.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에 도전하는 인재는 높은 보상을 받기 어려운 반면, 유리한 집단에 속해 있으면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으로 높은 보상에 접근할 수 있다. 연공서열과 집단 중심의 보상 체계가 과거엔 유리했지만 이제는 혁신의 저해 요인이 되는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교한 전략이 필요한 보상 체계가 집단행동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높은 집단 협상력이 높은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굳어질수록, 그 집단에 속하려는 유인만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미 성과급 투쟁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 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성과급과 보상 체계를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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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1부장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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