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커 “CEO 연봉도 직원 20배 이상 안 돼”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일반 직원 연봉의 20배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드러커의 법칙’이다. 그는 1986년 펴낸 책 ‘프런티어의 조건’에서 “임원 보수와 기업 성과 간에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며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함께 일한다’는 의식이 약해지고 팀워크와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 CEO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1965년 20 대 1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져 2012년에는 354 대 1이 됐다. 결국 근로자들이 분노해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벌였고 미 의회는 CEO 급여를 공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드러커가 1996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탐욕이 10년 후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밝힌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의 격차가 용인될까. 2014년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대기업 CEO가 비숙련 근로자보다 얼마나 급여를 더 받아야 하는지 40개국 5만5238명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평균 4.6배였다.
답변은 국가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한국 응답자는 대기업 CEO가 비숙련 근로자의 10배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했다. BTS나 이정후 같은 슈퍼스타가 아닌 다음에야 숙련도와 성과, 맡고 있는 책임의 차이로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는 급여 격차는 많아야 10배 수준이란 얘기다.
한국의 경우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삼성전자든 하청업체든 일하는 시간은 주 52시간 이하라는 특수성도 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같은 시간 일했는데 연봉이 20배 이상 차이 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협상에서 근로자 측을 대표한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라며 하청기업 근로자와의 격차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메모리사업부 고졸 생산 직원이 비메모리사업부 박사 출신 연구원보다 성과급을 훨씬 많이 받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성과급 잔치 뒤에 남을 사회적 균열 물론 로또 당첨자에게 취약계층을 도우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삼성전자 직원에게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위해 성과급을 양보하라고 강제할 순 없다. 문제는 업황이 좋았다는 이유로 초고액 성과급을 받게 된 수만 명이 우리 공동체에 미칠 영향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당연한 보상으로 받아들이고 하청기업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노력과 실력 때문으로 돌릴 때,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시급 차이를 보면서 사회의 보상 체계가 공정하다는 믿음을 잃을 때도 사회적 자본의 토대인 신뢰와 결속이 흔들리게 된다.
드러커의 경고는 단순히 임금 격차가 시기심을 낳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동료의식이 희미해지고, 작은 사안에도 내부 갈등이 폭발해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없을 것이란 우려였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얘기일 것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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