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산을 조금 오르는 것도 힘겨웠어요. UTMB를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멋있어 보였죠. UTMB 완주를 목표로 설정한 뒤 산을 달렸습니다. 그 선택이 제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당시 경기 광명에 살던 조 원장은 근처 도덕산(해발 200m)에 주로 갔다. 처음엔 1km도 제대로 못 올랐다. 계속 거리를 늘렸고, 어느 순간 힘들었던 2시간 산행이 쉬워졌다. 나중엔 3시간 이상 산행도 거뜬해졌다. 2020년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바람에 스포츠시설은 폐쇄됐지만 산은 엄격하게 통제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일 오전 오후 산을 오를 수 있었다. 트레일러닝은 모든 고민을 떨쳐내고 산 달리기에만 몰입하게 만들었다. 당시 지인이 혈액암으로 사망했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는데 산을 달리며 버틸 수 있었다.
85kg이던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 1년여를 지났을 때 체중이 60kg대로 들어갔다. 2021년 11월 트랜스제주 50K에 출전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50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트레일레이스에 집중했다. 조 원장은 2024년 자신의 생일인 9월 1일(한국 시간) UTMB 100마일을 39시간46분3초에 완주했다. 공식적으로는 100마일 대회이지만 산길 코스를 정확하게 설계할 수 없어 실제론 175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상승 고도만 1만 m가 넘는 험난한 코스다.알프스산맥을 달리는 UTMB는 다른 대회에서 일정 포인트(스톤)를 쌓아야 출전권을 얻는다. 조 원장은 UTMB를 앞두고 2023년 거제 100km와 트랜스제주 100km, 울주나인피크 123km에서 몸을 만들었고, 2024년 4월 일본 후지산 162km를 완주한 뒤 그해 8월 UTMB 출발 및 골인점인 프랑스 샤모니로 향했다. 당시 조 원장은 UTMB 완주를 위해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25km를 달렸다. 월 700km. 산과 도로를 350km씩 달렸다. 원래 산만 달렸는데 한계에 부딪혀 도로도 달렸다. 스피드를 끌어올리려면 도로 훈련이 필요하다. UTMB를 완주한 뒤 체중이 딱 60kg으로 줄었다.
사실 조 원장은 인생을 잠시 돌아왔다. 그는 “원래 꿈이 한의사였는데 공부가 부족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꿈을 가져라’라고 자주 말했는데, ‘그럼 내 꿈은 뭐였던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한의사가 됐다. 그리고 UTMB 완주란 또 다른 목표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이젠 러너들과 함께 달리며 그들이 부상 없이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또 다른 꿈”이라고 했다.
한의원을 개원했다가 접고 대형 한방병원에서 일하던 조 원장은 트레일러닝을 통해 한의사로서 갈 방향을 잡았다. 올 초 러너 전문 달리기한의원을 개원했다. “산을 달리면서 발목과 무릎 등 정말 많이 다쳤습니다. 부상은 단순히 아픈 부위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복귀를 설계하는 과정’이 함께 있어야 해결됩니다. 한의사로서 산을 달리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입니다. 다친 뒤 달리면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알고도 포기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한의사로서 참 한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몸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테스트했고, 그 경험을 이제 러너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조 원장은 달리기에 빠진 사람들은 부상에도 포기를 모른다고 했다. “진정한 러너들에게 달리는 건 취미를 넘어 삶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그래서 조금 아파도 참고 이겨내려고 합니다. 저도 그랬죠. 그런데 훈련을 멈추고 치료하고 재활한 뒤 다시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인생은 깁니다. 마라톤, 트레일러닝도 깁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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