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앞두고 되새기는 일본프로야구 한국계 전설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 한일 간 실력 차이가 날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2000년대 중반까진 양국 리그 수준과 역사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대등했고, 오히려 앞섰던 때도 많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턴 각성한 일본의 우위가 이어져 왔다. 지금은 일본이 일방적이라 할 만큼 격차가 커졌다는 걸 우리 팬들도 인정할 정도다.
WBC는 모두 다섯 차례 열렸는데 일본이 세 차례나 우승컵을 가져갔다. 우리는 초대와 2회 때 4강과 준우승으로 선전했지만, 이후 모두 1라운드 탈락했다. 특히 직전인 2023년에는 현재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일본 트리오'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등의 활약 속에 일본이 미국을 꺾고 우승하는 걸 부러워하며 지켜봤다. 이들 트리오는 올해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리그를 지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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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시구하는 김경홍(가네다 마사이치)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하지만 우리도 심기일전해 재정비한다면 다시 우위를 잡을 날이 올 수 있다. 과거 우리 대표팀이 일본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을 때도 리그 수준, 훈련 환경, 선수 수급 기반 등은 지금보다도 오히려 더 격차가 컸다. 그렇다면 뭔가 한국인만의 특출난 DNA가 있지 않았을까. 과거엔 그런 걸 '투지'라 불렀던 것 같다. 특히 과거 일본 리그를 압살하고 불멸의 대기록까지 남긴 세 명의 선수가 우리와 같은 피라는 사실은 언젠가 다시 일본을 넘을 거란 희망을 싹틔운다.
이팔용, 김경홍, 장훈은 90년 가까운 일본프로야구 역사에서 범접 못 할 업적을 남겨 레전드 중 레전드로 꼽힌다. 부산에서 태어나 유년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이팔용(후지모토 히데오)은 통산 200승을 올리면서도 평균자책점 1.90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보유했다. 초창기 활약했기에 그는 고대 신화 영웅 같은 존재로 기억된다. 직구처럼 오다 사라지는 마구(魔球) 슬라이더를 일본 최초로 던졌고, 첫 퍼펙트게임 달성 투수이기도 하다. 그의 평균자책 기록은 앞으로 안 깨질 거란 전망이 다수다.
'대투수' 김경홍(가네다 마사이치)이 세운 각종 기록은 전문가들조차도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 장담하는 것들이 많다. 우선 통산 최다승인 400승 기록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9년 연속 20승과 5천개 가까운 통산 최다 탈삼진을 비롯해 통산 최다 투구 이닝, 최다 완투 기록 등도 마찬가지로 비범하다. 이 밖에도 투수인데도 타격 능력이 뛰어나 대타 등으로 나오며 통산 38개의 홈런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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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1982.1.29
[재배포 DB 금지]
'안타왕' 장훈(하리모토 이사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타격의 신으로 추앙된다. 그는 선수 생활 23시즌 동안 3천85안타를 쳐내 일본 최다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통산 1위 기록을 보유했다. 아프지 않고 쉴 새 없이 뛰면서 매년 평균 134개를 넘게 쳐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전무후무한 '500홈런-300도루', 20년 연속 시즌 100안타 달성, 타율 3할 이상 시즌 16회 등도 '언터처블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그는 치명적인 오른손 장애를 딛고 최고 타자가 됐다.
야구를 국기(國技)처럼 여기는 일본인들은 이들의 기록과 삶의 궤적에 존경심을 표한다. 세 사람이 재일교포로서 겪은 차별과 고난의 핸디캡에도 이런 대기록과 업적을 남겼다는 건 더 놀랍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귀화했거나 태어날 때부터 사실상 일본 국적이었고, 평생 정체성 혼란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런 아픔을 많은 '자이니치(재일교포) 후일담'을 통해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역경 속에서도 이들을 최고의 선수이자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감히 말하긴 어렵지만 일상 속 멸시와 트집, 뒷말과 험담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고귀한 영혼과 불굴의 투지를 지닌 덕분 아니었을까. 세대교체를 이룬 우리 대표팀 젊은 선수들이 이들 선배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한번 돌아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도 저런 강인한 피를 물려받고 태어난 믿음직한 세대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2일 10시0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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