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딴섬 저 높은 곳에 사는 한 등대지기는 세상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좋아하는 월간지가 있어 구독해서 따로 챙겨볼 정도이니 말 다 했지요. 등대 꼭대기로까지 걸어가 등대지기 손에 월간지를 쥐여줘야 하는 동네 배달부 청년. 그의 불만은 하늘을 찌릅니다. 배달할 때마다 헐떡거리며 숨넘어갈 톤으로 등대지기에게 청년은 묻습니다. "형님, 이거 꼭 보셔야겠어요?". 듣기 좋은 콧노래도 여러 번 들으면 싫은 법인데, 하물며 징징대는 불평이랴. 등대지기도 듣다 듣다 지쳤는지, 불만을 잠재울 회심의 한마디를 피식하며 건넵니다. "동생아, 너 계속 그렇게 투덜대면 나 주간지로 바꾸는 수가 있다." #
어떤 책에서 본 한 우스개를 각색했다. 날짜 어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몸풀기다. 월간, 주간은 쉽다. 한 달에 한 번, 한 주에 한 번. 하루에 한 번이라면 당연히 일간이다. 농담이라도 일간으로 바꾸겠다고는 않은 형님을 동생은 고마워해야 한다. 열흘에 한 번은 뭘까. 순간(旬刊)이다. 틀림없다. 쓸 일이 없어서 그렇지만. 역사 배울 때 나오는 한성순보에 쓰인 순이 바로 그거다. 일간 주간 순간 월간 계간 연간 다 말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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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한자 삭(朔)으로 단어를 늘리자. 삭은 매달 음력 초하루(초하룻날) 또는 개월을 뜻한다. 삭일(朔日) 하면 곧 초하루다. '내가 이 일을 한 지도 삼삭(三朔)이 지났다' 할 때 삭은 개월이다. 삼개월 흘렀다는 얘기다. 망(望)은 보름이다. 음력으로 그달의 열닷새째 되는 날. 보름 무렵은 한자어로 망간(望間)이라 한다. 기망(旣望)은 열엿새, 념(念)은 스무날, 회(晦)는 그믐날이다. 그믐날이 뭐냐고 묻는다. 음력에서 그달의 맨 마지막 날이라고 답한다. 섣달그믐은 또 뭔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가리킨다. 옛날엔 음력 12월 1일을 설날로 쇤 적도 있단다. 음력 12월이 설날이 드는 달이라는 뜻으로 설달로 불린 이유다. 그 설달이 섣달로 바뀌어 굳었다. 날포, 달포, 해포도 기억할 만하다. 각각 하루 남짓, 한 달 남짓, 일 년 남짓이다. 한 달여가 곧 달포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고시월보(2000년 7월) 국어 특별강좌 주요 유형적 어휘 자료 (한교고시학원 전임교수 김재정) 중 '날짜' 부분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24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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