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국어를 익힐 때 띄어쓰기"도" 중요하다고 배웠다. 어법에 맞게 낱말들로 문장을 만드는 게 집 짓는 행위라면, 띄어쓰기는 실내장식 하는 정도로 여겼다. 단골 예문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였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의 띄어쓰기를 잘못해서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는 참사가 일어난다는 설명에 기도 안 찼다. 도대체 누가 그런 실수를 한담. 와닿지 않는 예문은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태도를 이끈 빌미의 하나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런 의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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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더 나은 보기가 없을까. "띄어쓰기도"가 아니라 "띄어쓰기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한 국어 수업 안내서가 ① "후배가 업무를 다 못 했어"와 ② "후배가 업무를 다 못했어"를 견준다. ①은 후배가 업무를 완료하지 못했음을 뜻하는 문장이지만 ②는 후배가 완료한 업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문장이라고 말이다. ③ "내일을 잡자" 대 ④ "내 일을 잡자" 비교는 또 어떤가. 내일은 오늘 아닌 내일이고 미래이지만, 내 일은 내 직무이고 나의 일이니 뜻이 매우 다르다. ⑤ 현대철학 연구와 ⑥ 현대 철학 연구도 비교된다. ⑤는 고대철학이 아닌 현대철학 연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⑥은 그럴 수도 있지만, 현대에 하는 철학 연구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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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제목에 쓰인 말들도 같은 보기다. 안 갚음은 '갚다'의 부정 '갚지 않음'을 뜻하지만 붙여 쓴 안갚음은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이나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의미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말이다. 안 받음과 안받음도 '받지 않음'과 '자식이나 새끼에게 베푼 은혜에 대하여 안갚음을 받는 일'로 똑같이 대비되는 한 쌍이다. 글 쓸 때 띄어쓰기처럼 말할 땐 끊어 읽기가 중요하다. 프리마돈나(prima donna)는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은 여가수로 정의된다. 끊는다면, 프리마 돈나로 끊어 읽는다. 프리마가 '주역', 돈나가 '여가수'에 각각 조응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교사 직무 연수 교재 바른국어생활 파일 (2019-03-07) : ①, ② 예문
2.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 프리마돈나 끊어 읽기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09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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