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가 드러낸 취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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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6.6.8 mon@yna.co.k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예상대로 8일은 블랙 먼데이였다. "주가는 오를 때 계단이지만, 떨어질 땐 엘리베이터"라는 증시 격언이 현실화했다. 블랙 먼데이는 주말 동안 누적된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발생하는 시장의 공황 현상이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8%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의 거래가 잇따라 중단되고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 매도호가 일시효력 정지)까지 울렸다. 시장의 안정장치가 연이어 작동할 정도로 공포가 엄습했다.
직접적인 불똥은 미국에서 날아왔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인공지능(AI)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160억 달러)가 시장 예상치(172억 달러)를 밑돌면서 반도체 호황 고점론이 확산했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라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됐다. 고용 호조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다. 여기에 반도체 고점론과 금리 공포가 동시에 시장을 공습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7일 야간 거래에서 1천560원을 돌파하는 등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달러 강세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르고, 자금 유출은 환율을 다시 밀어 올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반도체가 웃으면 시장은 활기차고, 반도체가 울면 시장은 휘청거린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에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가 멈추지 않았다. 신용대출은 사흘 새 1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레버리지(차입) 투자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증폭시키지만, 하락장에서는 반대 매매와 강제 청산, 연쇄 투매를 부른다. 외부 충격이 닥쳤을 때 시장의 낙폭이 이토록 가파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직전에도 시장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있었다. 그 기대는 틀리지 않았고, 인터넷은 세상을 바꿔 놓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미래의 가능성을 현재의 가치로 과도하게 당겨쓴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AI도 비슷한 검증대에 서 있다. 다만 닷컴버블과는 달리 AI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수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브로드컴 쇼크에 시장이 과민 반응한 것은 AI의 미래를 의심한 게 아니라, 미래를 너무 비싸게 사들이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거품은 기술이 아니라 기대가 만드는 환상이다.
한국 증시는 갈림길에 서 있다. 반도체 편중을 완화하고 바이오·방산·소프트웨어·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이 시장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세워야 한다. 단기 차익을 노린 레버리지 투자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AI라는 변화의 물결과 그것이 창출할 수익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눈도 필요하다. 외환위기·닷컴버블·코로나19는 배경도 원인도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시장은 "이번엔 다르다"고 믿을 때 가장 위험해진다. 이번 블랙 먼데이는 경고등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09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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