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엉덩이와 궁둥이는 다른 말? 위엉아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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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 대표(윤계상 분)는 "엉덩이는 궁둥이와 전혀 다른 단어"라고 말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낱말을 모아온 지역 대표 중 한 명인 전라도 교사는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사전 올림말을 정하려면 정확해야 하니까요. "아니 시방 뭔 소리당가. 응디가 궁디고 궁디가 방디지." 대표는 버벅대며 풀이합니다. 엉덩이는 뒤쪽 허리 아래 넓적다리 위 좌우 쪽으로 살이 두두룩한 부분이고 궁둥이는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 좌우 쪽으로 근육이 많은 부분이라고. 이어지는 한 강원도 교사의 말이 걸작입니다. "그게 뭔 말이래요?" 그 옆에 앉은 한 인물은 지루했던 게 분명합니다. 하품하는 본새가 턱 빠지게 생겼습니다. 이 형국이 답답했던지, 열정이 하늘을 찌르는 대표의 한 참모(유해진 분)가 뛰쳐나옵니다. 그러고는 연단에 있던 나무 의자 위에 하얀색 분필 가루를 털어놓고는 대표를 앉혔다 일으켜 세운 뒤 대표 뒤태를 지역 대표들에게 보이지요. 가루 묻은 쪽(아래)은 궁둥이, 안 묻은 쪽(위)은 엉덩이라는 요지의 설명은 깔끔합니다.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연구하고 지키기 위해 1931년 설립된 민간 학술 단체가 조선어학회입니다. 이 조직의 피눈물 나는 사전 편찬 과정을 그린 영화 ≪말모이≫(2019)에서 사전 표제어를 정하려고 토의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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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이렇게 해서 지역에 따라 궁둥이 궁뎅이 궁디 방뎅이 방디 방티 하는 말은 궁둥이로 통일됩니다. 엉덩이 응뎅이 엉뎅이 응디 엉디 하는 말은 엉덩이로 정리되고요. 궁둥이와 엉덩이를 묶어 하나로 보면 그것이 <볼기>입니다. 이로써 볼기 윗부분은 엉덩이, 아랫부분은 궁둥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앉아서 바닥 닿으면 궁둥이, 안 닿으면 엉덩이인 셈입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은 엉덩이가 볼기의 뜻으로도 쓰인다고 풉니다. 그렇다면 엉덩이에서 가장 튀어나와 있는 지점은 뭐라고 할까요? <꽁무니>입니다. 꽁무니의 쓸모는 짭짤합니다. 어릴 적 어머니의 꽁무니에 매달려 먹을 거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고요. 이땐 뒤꽁무니가 더 어울립니다. 사람의 '뒤'나 '맨끝'으로 꽁무니가 쓰였습니다. 똑바로 선 사람을 상상하세요. 맨끝은 꽁무니가 틀림없습니다. 슬그머니 피하여 물러나는 것을 두고 꽁무니(를) 뺀다고 합니다. 꽁무니 사린다고도 하지요. '꽁무니(가) 빠지게' 관용구는 몹시 빨리 도망치거나 달아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아이는 마치 불에 덴 것처럼 화닥닥 놀라면서…그냥 문을 박차고 그냥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 버립니다.(채만식/태평천하)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영수, 『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 유노책주, 2024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교보문고)

2.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도서출판 동아시아, 2017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14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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