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솝 우화를 함께 읽습니다

1 month ago 13

#1

개에게 물린 남자가 있었다.

그는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다가와서는 우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빵으로 닦고 나서 남자를 문 개에게 그 빵을 던져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개에게 물린 남자가 대꾸했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한다면 시내에 돌아다니는 모든 개가 날 물려고 할 것이오."

#2

무지막지하게 말뚝이 박힌 벽이 소리쳤다.

"내가 너를 괴롭힌 적도 없는데, 너는 왜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말뚝이 말했다.

"너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뒤에서 나를 세게 치는 사람이야."

이미지 확대 '우연'에 대한 사전의 정의

'우연'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정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이솝 지음, 로버트 템플·올리비아 템플 주해, 최인자·신현철 옮김)에 실린 이야기 중 두 사례입니다. 1번의 교훈은 나쁜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기 버릇하면 그가 점점 더 나쁜 짓을 하도록 자극하는 셈이 된다는 거라고 책은 전합니다. 필요한 단죄에는 단호해야 할 줄로 압니다. 2번의 교훈은 책에 없습니다. 어떤 가르침일까요? 이솝은 기원전 6세기에 실존한 노예였다는 해설이 있습니다. 나중에 자유민이 됐다는 기록도 보이고요. 그가 우화를 직접 썼는지조차 알 수 없고 전하는 우화 중 어떤 것이 그의 것인지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마저 있고요. 우화들이 주는 가르침에 주목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3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어부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들이 실의에 빠져 멍하니 배에 앉아 있는 동안, 무엇에겐가 쫓기고 있던 다랑어 한 마리가 안간힘을 다해 도망치느라 수면 위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그만 털썩 소리를 내며 그 어부들의 배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어부들은 그 다랑어를 잡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떤 재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우연은 종종 아낌없이 주기도 한다는 게 이 우화의 교훈이라고 책은 정리합니다. 우연이라니요? 어부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솝이 하나의 가르침만을 강요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지은이 이솝 주해자 로버트 템플·올리비아 템플 옮긴이 최인자·신현철, 『(정본)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문학세계사, 2021 (경기사이버도서관, 유통사 교보문고) - '개에게 물린 남자'(212, #1), '벽과 말뚝'(45, #2), '어부와 다랑어'(90, #3) 우화 전문 인용

2. 지은이 프레드 캐플런 옮긴이 허진, 『링컨』, 열림원, 2010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4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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