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혐의를 받는다 vs. 혐의가 있다

1 month ago 23

'a는 b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다.' 고작 '준'을 사이에 두고 을, 를을 놓았다. 그게 싫었다. 목적어 챙기는 조사를 바투 되풀이하는 게 꺼려진 것이다. 그래서 '받는다'를 '있다'로 바꾸었다. 'a는 b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있다.' 이렇게 호환해도 괜찮은 걸까, 두 문장은 뜻이 같다고 보아도 정말 안전한가?

안 괜찮다. 안전하지도 않다. 다른 둘이다. 같지 않은 것을 같은 양 바꿔 쓰는 것은 오류다. 수사 주체가 혐의가 있다고 보니까 a는 혐의를 받는 것이다. 혐의를 받는다고 쓴다. 거리를 둔 채 수사 주체의 판단을 옮기는 것이다. '혐의가 있다'는 '혐의를 받는다'보다 뇌물 수수를 단정하는 느낌이 강하다. 수사 주체가 아니라 말 옮기는 이가 직접 하는 판단 같은 착오도 일으킨다.

이미지 확대 '혐의'에 대한 사전의 정의

'혐의'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매일같이 언론 보도에 쓰이는 낱말, 혐의(嫌疑)는 법률용어다. '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봄. 또는 그 가능성'이다. 수사를 개시하게 되는 동기가 된다. 범죄 혐의, 혐의를 받다, 혐의를 두다, 혐의를 씌우다, 혐의가 있다, 혐의가 짙다 등으로 쓰인다. 예민하게 써야 한다. 대개는 혐의가 짙어야 '혐의가 있다'라는 표현을 부담 덜고 쓸 수 있다. 그러니까 '혐의가 있다'를 쓸 정도라면 그 자리에 '혐의가 짙다'를 놓아도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한눈에 알아보는 신문 언어 바로 쓰기』, 2010

2.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7월06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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