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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거품은 빠르고 가파른 가격 상승 뒤에 급격한 조정이 수반되는 특징이 있다. 거품을 식별하거나 급격한 가격 상승을 판별하는 게 쉽진 않지만, 가격의 폭발적 상승을 탐지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통계테스트 결과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금 가격이 최근 몇 개월 새 이런 폭발적 영역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식과 금은 각기 다른 시기에 이런 영역에 진입했었고, 이후 1980년대 금 가격이나 닷컴버블 붕괴 때처럼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금과 주식이 동시에 이런 영역에 진입한 것은 지난 50년간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폭발적인 국면이 지나면 거품은 급격하고 빠른 조정을 받아 붕괴하게 마련이다" [2025.12 국제결제은행(BIS) 분기 보고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거품 논쟁이 한창인 와중에 최근 급격히 오른 금과 미국 주식 가격에도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것도 학자 개인이나 일반 전문가가 아니라 '전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의 공식 보고서다. BIS는 이달 발표한 분기보고서에서 금과 미국 주가가 동시에 급등한 이례적인 현상을 지적하면서 가격 급등 뒤에 수반될 수 있는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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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국제 금 가격은 60%나 급등해 197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022년 이후로 따지면 150%나 올랐고 지난 9월 이후에만 20% 상승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까지 몰리면서 금 상장지수펀드(ETF)는 순자산가치(NAV)보다 높은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은 채로 거래됐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 매입은 금값 상승세에 강한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오른 것은 금 가격만이 아니다. '에브리싱 랠리'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식시장에도 강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미국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약 17%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특히 AI와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나스닥 종합지수도 21%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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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되는 것은 주가와 금 가격이 거품이냐, 아니냐보다 두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급격히 오른 '이중 거품'(Double Bubble) 현상이다. 과거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왔다. 주식 등 위험자산의 거품이 발생하거나 거품이 터지더라도 금이라는 안전자산을 통해 위험을 헤지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 등을 통해 '에브리싱 랠리'를 접한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와 동시에 금 가격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고 그로 인해 이젠 금도 안전자산이 아니라 투기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금의 투기 자산화(化)는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금 가격 하락 때 위험을 피할 안전자산은 무엇인가, 그리고 금을 대거 매입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고에 얼마나 타격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BIS의 경고는 'AI 거품' 논쟁이 한창인 국면에서 제기돼 눈길을 끌지만, 사실 올들어 주식과 금, 비트코인 등의 가격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오른 것을 고려하면 '거품 가능성'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가격이 거품인지 아닌지는 논란의 대상이고 또 언제 얼마나 조정을 받을지도 알 수 없지만, 이들 자산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를수록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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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시장도 이런 경고에서 예외가 될 순 없다. 증시에선 코스피 5,000을 향한 맹렬한 급등세의 속도가 줄었고 가상화폐를 비롯한 자산들의 가격 상승 행진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에브리싱 랠리'를 견인했던 전 세계적 유동성 확대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예고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에 도달했다며 앞으로 경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뜨거운 랠리를 펼쳤던 자산들은 유동성 확대 공급이 멈춰 서는 국면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영끌족과 빚투족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간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12일 06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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