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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4.1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중앙은행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을 때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것이다"
한 나라 중앙은행의 역할을 설명할 때 많이 인용돼 이미 유명해진 문장이다. 1951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의장을 역임한 윌리엄 마틴이 한 얘기다. 펀치볼은 과일 칵테일인 펀치를 담는 그릇인데 미국 파티에 빠져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파티에서 이 펀치볼을 치운다는 건 무르익는 파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자 파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펀치볼을 치우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욕을 먹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능과 역할을 얘기할 때 이 얘기가 자주 등장하는 건 그만큼 중앙은행의 역할을 정확히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펀치볼을 치우는 역할이라는 말은 경기가 좋을 때 과열을 경계해 미리 금리 인상 등의 정책으로 과열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통상 금리 조정의 효과가 실물경제의 현장에 나타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경기 하강이나 과열을 예측하고 앞서 움직여야 한다. 경기 위축이나 과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그럴 때 '실기(失期)' 논란이 제기된다. 금리 인상은 많은 고통과 저항을 수반한다. 그러니 금리 인상에는 욕먹을 각오와 용기가 필요하다. '인플레 파이터'란 별명을 얻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기에 권총을 차고 다닌 것도 금리 인상에 저항하는 반대파의 암살 위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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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4.10 ksm7976@yna.co.kr
어려운 시기에 한국은행 총재가 교체된다. 현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새 한은 총재 후보인 신현송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신 후보가 청문회를 마치고 관련 절차를 통과하면 앞으로 4년의 임기 동안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통화정책을 이끌게 된다. 이창용 총재 발언처럼 환율 등 여건이 안정적일 때 교체가 이뤄졌으면 좋았겠지만,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나 통화정책 결정을 위한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선에 육박했고 금리와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고 성장률 전망치는 떨어진다. 국내 내수경기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부동산 불안과 가계부채는 언제라도 불이 붙을 수 있는 폭탄의 뇌관처럼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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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circlemin@yna.co.kr
신현송 후보자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많다. 거시경제, 특히 금융안정과 거시건전성 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이고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에 장기 재직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도 쌓았으니 이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취임 후 그가 펼칠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크다. 따라서 15일 열릴 인사청문회는 그의 이론과 학식, 전문성에 대한 검증보다 다른 측면의 역량에 대한 질문과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바로 '파티볼'을 치울 용기와 의지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 세계는 앞으로 물가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수입 원유의 70%를 중동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이란 전쟁의 여파는 치명적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3%(전년 동월비 3.3%)를 넘어섰고 한국 물가도 2.2%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물가가 2.7%나 급등할 것이라 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부터 생활물가 담합 조사까지 전방위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물가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한은의 금리 인상이다. 한은법 제1조 1항에 규정된 대로 한은의 최우선 소임(Mandate)은 물가 안정이므로 물가가 위태로울 땐 한은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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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류가 9.9% 뛰며 전체 물가를 0.39%p 끌어올렸다. minfo@yna.co.kr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 추정 범위내에 있다지만, 앞으로 물가 상승의 파고가 더욱 높아지면 금리 인상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결단은 물가 상승만큼이나 큰 서민 경제의 고통과 금융 시장의 충격, 부동산 시장 불안과 영끌족의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더구나 정부는 확장 재정과 추경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한은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면 정부 정책과도 충돌할 소지가 크다. 상황에 따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처럼 한은 총재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의 정치적 압력에 맞설 용기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금리를 올려야 할 때 올릴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차기 한은 총재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자질이다. 그러니 이번 청문회는 신 후보의 외화자산이나 국적보다 이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고 검증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신 후보자는 이 질문에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적 압력과 국민적 저항, 고통을 극복하고 필요할 때 금리를 올릴 각오가 돼 있는가.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14일 06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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