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호주의 '미성년 SNS 금지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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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호주 어린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캐나다의 15세 소녀 아만다 토드는 2012년 9분짜리 유튜브 영상에서 큰 종이에 문장을 적어 한 장씩 넘기며 자신을 옥죄던 사이버 협박의 실체를 보여줬다. 노출 사진을 빌미로 한 협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쏟아진 조롱, 끝없이 이어진 비난의 화살들은 학교를 옮겨도 따라왔다. 미국 버몬트주의 라이언 할리건도 마찬가지였다. 사이버 폭력과 거짓 소문, 메신저를 통한 집단 괴롭힘이 오프라인 폭력과 결합해 삶을 잠식했다. 두 청소년의 희생이 남긴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이들에게 SNS는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인 동시에 도망갈 수 없는 공포의 공간이었다.

호주가 10일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금지법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 따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X, 레딧 등 10개 플랫폼은 미성년자의 계정 개설과 로그인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대 4천950만 호주달러(약 48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호주 정부는 "알고리즘 기반의 중독 구조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사이버 폭력과 성 착취, 중독 문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율 규제는 한계에 이르렀고, 정부가 나서 플랫폼 책임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법의 취지는 정당하지만,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호주는 한국처럼 주민등록제가 없어 나이 확인을 인공지능(AI) 기반 얼굴·음성·위치 데이터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 오류는 현실이 된다. 14세가 성인으로 통과하고 17세가 차단되는 모순도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은 규제 실효성을 희석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청소년의 고립 가능성이다. 온라인에서 관계가 이뤄지는 시대에 SNS를 닫아버리면 자칫 사회적 연결망이 흔들린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규제를 만들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주의 조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호주의 뒤를 좇는 나라도 적지 않다. 덴마크는 15세 미만 SNS 금지법을 예고했고, 노르웨이·영국·프랑스·말레이시아도 청소년 SNS 규제를 검토 중이다. 유럽의회는 SNS 최소 사용 연령을 16세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배경은 청소년의 정신건강 악화, 중독, 성 착취 문제를 더 이상 개인과 가정의 영역에 놓아둘 수 없다는 것이다. 애꿎은 기술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정책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 대응은 언제나 뒷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청소년의 SNS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온라인 괴롭힘, 딥페이크, 성 착취는 이미 일상의 위험으로 부상했고, 피해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플랫폼 구조, 청소년 보호 체계, 교육, 기술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 해법은 미흡하다. 호주의 법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단정하기는 이르다. 분명한 것은 청소년의 '온라인 안전'을 시장 자율과 부모 지도에만 맡기던 시대는 끝났다는 점이다. 한국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11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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