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화합물 생성 인공지능(AI) 플랫폼 ‘MOSAIC’을 20일 공개했다. 의약품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35개 이상의 신규 화합물을 찾아냈으며, 전체 성공률이 71%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AI 합성·탐색 플랫폼이 잇달아 나오면서 AI가 스스로 실험을 설계·수행·학습하는 ‘셀프 드라이빙 랩’(SDL)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자동화를 넘은 ‘자율 실험’
SDL은 국가전략기술로 분류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제네시스 미션’을 통해 국가연구소의 슈퍼컴퓨터, 과학 데이터, 자율 실험실을 연결하는 AI 기반 발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실험 자동화는 로봇팔로 정해진 실험을 반복 실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흐름은 ‘정해진 일을 빠르게 하는 자동화’에서 ‘목표를 향해 스스로 최적화’로 옮겨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2018년 발표한 ‘알파폴드’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약물 표적마다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설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알파폴드는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해 과학자들이 표적을 이해하는 출발점을 표준화했다.
AI 신약 개발은 이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글로벌 AI 신약 개발 선두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은 자체 AI 플랫폼 ‘파르마.AI’를 활용해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미국 임상 2상에 들어갔다. 투입 비용은 약 15만달러, 후보물질 발굴까지 걸린 시간은 46일이다. 클라우드 로보틱스 랩 기업 스트라테오스는 일라이릴리와의 협업을 통해 신약 탐색 사이클을 3.5년에서 12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커전은 자사 자동화 실험실이 주당 최대 220만 건의 실험을 수행한다고 지난해 공개했다. 엔비디아와 일라이릴리가 10억달러 규모 AI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산업계의 AI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 SDL이 바꾸는 신약 개발 공식
국내에서도 제약사를 중심으로 SDL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부터 의약품 생산라인에 디지털 트윈과 AI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실시간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 디지털 제조 시뮬레이션(DMS)을 도입할 계획이다.
‘바이오 AI’는 최근 자본 시장의 핵심 테마로 부상했다. 오픈AI가 투자한 차이디스커버리는 지난해 12월 시리즈B에서 1억3000만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3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설립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유니콘 기업에 오른 것이다. 이 회사 모델 ‘차이-2’는 드노보 항체 설계 영역에서 기존 0.1% 미만이던 성공률을 16%로 끌어올려 100배 이상 개선된 성능을 입증했다. 스위스 SDL 스타트업 아티나리는 일본 최대 제약사 중 한 곳인 다케다제약과 협력하고 있다.
남재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SDL의 핵심 조건으로 ‘루프화’를 꼽았다. 그는 “SDL이 연구 성과에 머물지 않고 산업으로 이어지려면 연구 이후 단계까지 자율화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가 학습해 다음 연구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표준화된 자율 루프를 산업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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