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윤 "연출 해보니 더더욱 '말 잘 듣는 배우' 돼야겠다 싶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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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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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이 첫 장편 연출작 '누룩'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장동윤은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누룩' 인터뷰에서 "원래도 감독님 말 잘 듣는 배우가 목표였는데 더더욱 말 잘 듣고 열심히 표현해야겠다 싶었다"며 "이번 작업을 하면서 '배우의 역할은 정말 소수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누룩'은 동네 사람들만 아는 소문난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사랑하는 열여덟 소녀 '다슬'이 어느 날 막걸리 맛이 변한 걸 느끼고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장동윤이 2023년 연출자로 첫선에 보였던 단편 '내 귀가 되어줘' 이후 선보이는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앞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장동윤 감독은 한국적 소재인 '누룩'을 중심으로 '막걸리를 사랑하는 고등학생 소녀', '사라진 누룩을 찾는 여정'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를 선보인다. 또한 '좋좋소', '강계장' 이태동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배우가 아닌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장동윤은 "부담도 크고 긴장되고 설렌다"며 "제 자식 같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는 장동윤은 누룩이라는 상징체를 통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담담한 연출과 독특한 감성으로 감독으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지만 "차기작과는 한 발자국 더 멀어졌다"고 털어놓으며 현재까지 이어가는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장동윤과 일문일답.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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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으로 첫 개봉이다.

= 배우로서 선보일 땐 마냥 신나고 재밌고 부담감이 덜했다. 감독으로 하니까 확실히 책임감도 있고 의미도 크다. 개봉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모두가 알고 연출자라 개봉 과정을 모두 다 거치는 것이다. 배우는 빠져 있다가 개봉할 때만 쏙 나오면 되는데 이걸 다 하니까 제 자식 같더라. 이 작품을 선보이게 돼 긴장이 되기도 하면서 설레고 감사하다.

▲ 어떻게 준비를 해서 만들게 됐을까.

= 너무 바쁠 때 준비를 했다. 워커홀릭 때라 촬영하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저는 추진력 있게 '후다닥'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아주 바쁘게 준비를 했다. 시간을 길게 두고 해야만 하는 작업들이 있겠지만 단편 영화를 할 때에도 부담감이 지금보다 훨씬 덜했다. 작품 규모가 작다 보니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현장에서 만났던 인맥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태동 감독님이라는 동료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단편을 하고 일종의 성과와 피드백이 오다 보니 '계속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일상적인 소재는 아니었다.

= 처음에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로 시작했다. 과거 사스를 김치로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듯 특정 막걸리가 코로나를 퇴치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 제가 할 수 있는 규모로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싶었다. 누룩이라는 게 문학적인 접근이나 비유적 표현을 할 때 그걸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조장이 배경이지만 객관적인 사물에만 집중하면 몰입이 안 될 수 있다. 과거에 시를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누룩 그 자체가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자 상징이었다.

▲ 그럼 누룩의 실체는 뭘까.

= 믿음의 대상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 자체로 받아들이길 바랐다.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가장 유사한 것 같다. 살아오면서 다슬이가 집착하고 믿고 있는 대상이 누룩인데 그 마음이 저에게는 가족에 대한 마음과 매우 유사한 것 같다.

▲ 스릴러 장르로 보이기도 한다.

= 의도치 않게 그런 것 같다. 단편 영화를 연출했을 때 '귀여워 보인다'는 평을 들었는데 저는 귀여워 보이려는 의도가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극적으로 하기보다는 담담하게 하는 것이 제 스타일인 것 같다. 이번에 부랑자가 나오다 보니 서스펜스 느낌이 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도하진 않았다. 블랙코미디적인 부분도 잠잠하지만 약간 코믹하고 유쾌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가족들의 설정과 에피소드가 그런 걸까.

= 제가 국문과에 가고 싶어 할 때 시키지 않아도 시를 쓰고 응모를 했다. 상도 받으니 소질이 있는가 싶었는데 가족들이 저를 보는 반응이 다 달랐다. 배신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다슬이에게도 그런 것 같다. 엄마가 가장 믿어주는 것 같고 아빠는 왔다 갔다 하는 그 현실적인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 다슬이는 모범생 같으면서도 막걸리를 마시고 운전도 한다. 본인을 투영했나.

= 범법 행위와는 거리가 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저는 생각이 많을 때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부분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불합리한 측면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그래서 이런 영화도 나오는 것 같다. 갈수록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창작 활동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였다.

▲ 이 작품을 관객들이 어떻게 바라봐주길 바라나.

= 일단은 그대로 보이고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했다. 홍보 활동을 하다 보니 모두가 감독의 명확한 설명을 원하더라. 하지만 전 이 영화는 그렇게 보지 않길 바랐다. 친절하고 명확한 영화를 만들 경쟁력이 있어서 만든 게 아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로 의미를 찾고 싶었다. 아주 노골적인 설명이 있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다른 차원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 이 이해충돌 과정에서 결론을 내린 부분이 있을까.

= 이 영화에 한정해서라면 관객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 다 설명도 하고 있다. 다만 제가 설명을 하면 해석이 제한되어 버리니까 의도하지 않은 다른 해석들이 나오는 것도 좋더라.

▲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했나.

= 메시지는 상징적일 순 있어도 상황 자체는 헷갈릴 게 없었다. '간절히 찾고 싶은 감정이다', '못 찾아서 슬프다'처럼 연기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하다. 대본이 상징적이라 헤매는 지점이 있을 때일수록 단순하게 하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저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생각이 많다고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진 않더라. 레시피의 의미를 빼도 음식 맛은 같지 않나. 그런데 그 의미를 찾는 게 배우의 본능인 것 같다.

▲ 배우들이 디렉션 줄 때 '훈장님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 상업 현장에서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걸 보고 배웠다. 영화 산업 안에서 배웠기 때문에 그렇다. 작은 영화라 설명할 시간이 없어서 쫓기듯 했다.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 소모를 하지 않길 바라서 가혹하게 느꼈을 수 있다.

▲ 차기작과 더 멀어졌다고 했는데.

= '누룩'의 이야기를 이렇게 한 건 맞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현실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당분간은 연출 계획이 없다.

▲ 연출자로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 사람 이야기를 다루는 걸 좋아한다. 기쁨과 감사를 얻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누구보다 감사하고 기쁘게 사는 모습을 볼 때 감격이 크다. 앞으로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 연출을 통해 연기자로서 도움을 얻은 부분도 있을까.

= 배우가 부분적으로 참여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배우의 역할은 정말 소수라는 걸 느꼈다. 배우는 수십 명이 만든 대본을 받아서 연기하는 하나의 역할일 뿐이다. 감독님이 정답 해설지를 갖고 디렉팅을 하시기 때문에 원래도 말 잘 듣는 배우가 목표였지만 더더욱 말 잘 듣고 열심히 표현해야겠다 싶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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