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최근 글로벌 기술 경쟁은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 전략적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정부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현장에 기여하는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임무중심형 연구제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전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자들이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하고 기술을 시장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연구개발(R&D) 성과도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연구 성과, 이제는 활용이 관건
대한민국 R&D 투자 규모는 2025년 GDP 대비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지만, 연구 성과 실제 산업적 활용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공공기술 이전율은 2022년 72.7%를 정점으로 2024년 36.8%까지 하락했다. 연구자가 보유 기술로 직접 창업하는 연구소 기업 수 역시 2020년 42개에서 2024년 14개로 감소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을 살펴보면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그 기술을 사업화로 이끄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사업화 전 과정에서 연구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상당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만든 우수한 기술들이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사업화 역량,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어떻게 연구자들의 뛰어난 연구 역량에 더해 기술사업화 역량까지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가?”
이를 위해 두 가지 핵심 영역 강화가 필요하다. 첫째는 전략적 사고의 확장이다. 과제 수행에서 임무 달성으로, 기술 개발에서 성과 활용까지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자신의 연구가 국가 전략 목표 달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식하는 것, 이것이 임무중심 연구 시대에 연구자가 갖춰야 할 관점이다.
둘째는 기술사업화 실무 스킬 강화다. 사업계획 수립, 지식재산권 전략, 비즈니스 모델 설계 등 기술사업화 전주기를 아우르는 실무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단순 이론이 아닌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으며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임무중심 연구 체계 구축을 위해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전략연구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 전략연구사업은 정부 및 산업계 수요를 기반으로 출연연이 자율적으로 기술 목표를 설정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형 성과를 창출하도록 설계된 연구 사업이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과학기술인 전문교육기관으로서 전략연구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참여 연구자 대상 맞춤형 기술사업화 교육을 준비 중이다. 임무중심 사고 전환부터 사업계획 수립, 시장분석까지 실무 전 과정을 다루는 실전형 프로그램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인재를 통해 완성되는 기술의 가치
인류 역사상 위대한 혁신은 연구실 안에서 완성된 것이 아니라, 그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갔을 때 비로소 증명됐다.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CDMA는 이론 수준에 머물렀던 기술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미국 퀄컴이 공동개발하고,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장비로 제조해 1996년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 결과 통화 용량이 아날로그 방식보다 수십 배 증가하며 대한민국은 이동통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연구실 성과를 시장의 가치로 전환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 이것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가장 시급히 필요한 일이다. 기술사업화 인재 양성이야말로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 원장 baetmin@kird.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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