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오토 차이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변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무대다. 완성차·배터리·자율주행·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고, 다양한 전동화·지능화 기술은 이미 양산 차량으로 구현됐다. 경쟁의 기준은 개별 기술 확보를 넘어 이를 실제 차량에 얼마나 빠르게 통합·적용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중국 BYD는 자율주차와 섀시 제어 기술을 통해 차량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CATL은 초고속 충전 배터리와 도심항공교통(UAM)을 선보이며 배터리 기술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화웨이는 스마트 콕핏과 자율주행, 차량 운용체계(OS)를 통합하며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중심의 차량 구조 변화를 보여줬다.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모멘타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모멘타는 이미 자동차 제조사(OEM) 센서 구조와 차량 아키텍처에 맞춰 시스템을 빠르게 최적화·적용하는 적응(adaptation) 역량을 갖췄다. 또, 양산차 기반 대규모 데이터 학습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체개발 칩 기반의 저전력·고효율 구조를 구현하며 성능·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다. 이는 자율주행 경쟁 기준이 단순 AI 성능 확보를 넘어 실제 차량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모멘타 자율주행차 시승에서도 높은 수준의 주행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도심의 복잡한 교통환경 속에서도 차량은 비보호 좌회전과 좁은 골목길 주행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중국 기술 완성도와 실제 구현 역량은 단기간에 형성된 게 아니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치열한 기술 경쟁이 뒷받침됐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OEM의 전략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현대차·토요타·폭스바겐 등 중국 전용 모델 출시와 현지 기술 기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산업 생태계 중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주목할 점은 기술과 산업 생태계가 자동차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터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도 함께 등장했다.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된 전동화·지능화 기술은 로봇과 항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미래 산업 경쟁이 피지컬 AI·반도체·배터리·SW를 포괄하는 통합 생태계 기반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도 이러한 경쟁 구도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되 중국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우리 산업 환경에 맞는 경쟁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실증 데이터 축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감안하면 추론 기반 접근과 시뮬레이션·가상화 기반 학습을 활용해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미래 모빌리티 경쟁이 자동차를 넘어 로봇·미래 항공 모빌리티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개별 기술 확보를 넘어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R&D 투자와 국내 중소·중견 전문기업 육성과 기술 역량 제고가 뒷받침돼야 한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 cwchin@ka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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