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케데헌과 케카헌

3 weeks ago 7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인 감성에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기후기술 분야에서도 큰 물결을 일으키고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 주인공은 '케이씨티카본헌터스'(K-CT Carbon Hunters·케카헌)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는 인류가 마주한 거대한 '괴물'이며 그 심장에는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이산화탄소(CO₂)가 자리잡고 있다.

거대 괴물 심장의 이산화탄소에 대항하는 방법은 한 가지 기술로는 어렵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기술의 힘을 모아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 앞에서 대한민국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독창적인 해결책, 즉 K-CT(K-Climate Technology)라는 이름의 데몬 헌터를 소환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문화 콘텐츠에서 증명된 한국 특유의 창의적 융합 DNA에 있다.

K팝 성공 신화를 쓴 'K포뮬러'는 이질적 요소들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다. K팝이 음악 장르를, 영화 기생충이 서사 구조를 융합해 세계를 매료시켰듯, 이제 우리는 기술 융합으로 인류의 미래를 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핵심 국가 전략이다.

K포뮬러의 핵심은 △급진적 혼종성 △산업화된 창의성 △디지털 우선주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K팝은 서구의 음악 장르를 한국적 퍼포먼스 미학과 결합했고 영화 기생충은 코미디와 스릴러, 사회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었다. 이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융합의 힘이다.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처럼 체계적인 공정으로 고품질 결과물을 대량 생산하고, 유튜브와 OTT 플랫폼으로 전통적 유통망을 우회해 세계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고도의 수출 전략이 뒷받침한다.

이 검증된 성공 모델을 이제 우리의 기후 기술에 연계된 첨단 제조업에 이식할 때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고'를 보유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할 반도체 기술력,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 전기차 배터리와 AI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정교한 융합,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로 대표되는 그린 철강 혁명, 그리고 AI 자율운항 기술을 결합한 친환경 스마트 선박이 그것이다.

이들은 각개 전투를 위한 무기가 아니다.

저전력 AI 칩은 BMS에, 그린 철강은 스마트 선박에 탑재되는 상호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다. 이 모든 기술이 AI로 유기적으로 융합될 때 우리는 탄소 괴물을 사냥할 가장 강력하고 유기적인 '헌터 군단'을 탄생시킬 수 있다.

중국의 오르도스 넷제로 산업단지는 에너지, 산업, AI가 삼위일체로 융합된 성공 모델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그들은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고, AIoT 플랫폼으로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며, 국제 표준까지 선점하고 있다.

이 모든 기술적 요소를 하나로 묶고 최적화하는 궁극의 촉매제는 단연 AI다.

AI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공정 효율을 극대화하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고 스마트 그리드를 안정시키는 K기후기술의 운용체계(OS)이자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전략은 명확하다. K포뮬러라는 성공 DNA를 세계 최강의 첨단 제조업에 이식하고, AI라는 강력한 심장을 장착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형 오르도스'라는 새로운 K기후기술 생태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탄소 괴물을 사냥하는 헌터이자, 그 자체로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될 것이다.

문화 콘텐츠 강국을 넘어 기후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해 '메이드 인 코리아'에 새로운 녹색 가치를 부여할 때가 왔다. 이제 케카헌 시대를 열자.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장 yisanghyup@nigt.re.kr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