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정각에 외할아버지, 시계 방향으로 1시에 외할머니, 반시계 방향으로 11시에 첫째 외삼촌, 10시에 둘째 외삼촌이 계신다. 높이가 7m는 되는 키다리 전나무 아래서 두런두런 이야기라도 나누고 계실 테지만, 내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한 그루 나무 아래 모여 있으면서 서로 다른 강가에 머무르고 있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강가에.
가족 수목장 이야기다. 나는 외갓집 식구들과 1년에 한 번씩 음식을 싸 들고 소풍 가듯 숲으로 간다. 성묘는 성묘인데 전통 봉분이 아니다 보니 동화 같은 상상력이 발동한다. 바늘처럼 뾰족한 이파리가 외할머니 웃을 때 가늘어지던 눈을 닮았네. 듬직한 기둥이 어릴 때 자전거에 날 태우고 달리던 외삼촌 팔뚝을 닮았네. 뼛가루는 잘 썩는 나무 상자에 담아 묻기에 벌써 구석구석 망자의 미네랄이 퍼져 있으리라. 음의 여성은 양의 기운을 가진 시계 방향으로, 양의 남성은 음의 기운을 가진 반시계 방향으로 묻어, 생사의 교차로인 나무 밑에서 음양이 반전하며 균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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