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봄 어렵사리 출범한 제헌의회는 6월 3일 헌법 제정에 들어가 7월 17일 작업을 끝냈다. 그 달포 동안 나라 운명이 결정됐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했다.
제헌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경제적 지향은 모호했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넘실댔다. ‘운수통신, 금융보험 등의 기업을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하며 대외무역을 국가 통제하에 둔다’(86조)는 정도는 약과다. ‘긴요한 필요에 따라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경영을 통제·관리할 수 있다’(87조)고 명문화했다.
이런 조항이 대거 포함된 데는 일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일본에선 1907년 <자본론>이 번역·출판돼 20세기 초입부터 사회주의 열풍이 거셌다. 헌법 제정에 참여한 신생국 지식인과 정치인 중 상당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호의적이었다.
제헌헌법의 튀는 조문은 이후 헌법 개정 때마다 하나둘 삭제됐다.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부정하고, 실현성도 없다는 자각이 생겨난 덕분이다. 그렇게 대부분 우리 기억 속에서도 잊혀졌다. 그러나 ‘이익균점권’이라는 단 하나의 조항은 예외였다. 근로자가 기업 이익을 대등하게 나눠가질 권리를 선언한 이익균점권도 5차 개헌(1962년) 때 폐기됐다. 하지만 이후 잊을 만하면 거론되는 진보정치권 단골 메뉴가 된 탓에 지금껏 입에 오르내린다.
이익균점제는 ‘87 헌법’ 개정 때도 제안됐으나 논의 끝에 폐기됐다.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최저임금제까지 시행하는 마당에 불필요하다는 공감이 컸다. 근로자복지기본법상 우리사주와 사내복지기금은 이익균점권의 시장주의적 반영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를 계기로 이익균점권이 다시 화제다. 진보당이 다음달 재·보궐선거 제1공약으로 발표한 데 이어 어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제헌헌법에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X에 언급했다. 다행히 대통령 언급은 좌파 정치권의 시대착오적 인식과는 다르다.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과유불급’을 경계했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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