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머스크의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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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비전을 보호하기 위한 차등의결권 주식의 원조 격은 미국 포드자동차다. 포드는 1956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두 종류의 주식을 발행했다. 일반 주주에게 배정된 보통주와 포드 가문에 배정된 특별주(클래스B)다. 포드 가문은 이 클래스B 주식을 통해 전체 지분의 2% 남짓만 소유하고도 현재까지 40%의 막강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천자칼럼] 머스크의 85%

혁신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으로 경영권 방패를 부여한 전통은 실리콘밸리 빅테크로 이어졌다. 2004년 상장한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월가의 단기 실적 압박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주당 10표짜리 클래스B 주식을 보유해 의결권 과반을 지켰다. 메타(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다. 그는 2012년 상장 당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B 주식을 통해 지분 13.5%만 보유하고도 의결권 61%를 통제하며 소셜미디어 제국을 호령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설명서를 공개했다. 단연 눈에 띄는 수치는 머스크의 의결권 지분 85.1%다. 비결은 주식 이중 구조에 있다. 일반 투자자에게 파는 클래스A는 1주 1표, 머스크가 보유한 클래스B는 1주 10표다. 머스크는 클래스B 주식 약 56억 주(93.6%)를 갖고 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2002년 자기 돈 1억달러를 털어 세웠다. 초창기 팰컨1 로켓은 세 번 연속 폭발했다.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돈만 남았다. 네 번째 도전이 실패했다면 회사는 그날로 파산했을 것이다. 머스크는 재사용 로켓을 개발해 발사 비용을 낮췄고, 현재 약 1만 개의 위성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이 머스크에게 의결권 85%라는 ‘절대 반지’를 쥐여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4년간 회사를 키운 ‘양육권’을 인정하면서, 화성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줄 인물은 머스크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소행성 채굴, 달·화성 기지 건설 등 거대 목표를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다. 창업자의 비전은 혁신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논설실에서 수석 논설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정치·경제·국제 이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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