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바퀴벌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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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바퀴벌레당

‘세계 별별 이색 정당’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세계 이색 정당을 1~5위 순위로 소개하는 내용이다. 5위는 헝가리의 ‘두 개의 꼬리를 가진 강아지 당’이다. 얼마 전 실각한 오르반 빅토르 정권 등 기성 정치권에 대한 거리 예술가들의 풍자에서 시작된 정당이다. ‘감세일본당’이 4위, 특허·저작권 철폐를 주장하는 스웨덴의 ‘해적당’이 3위에 올랐다. 2위는 영국의 ‘뽑을 만한 후보가 없다 당’이, 1위는 미국 뉴욕주에서 창당한 ‘임대료가 너무 비싸 당’이 차지했다.

파격적인 당명도 도움이 됐겠지만, 이들 정당이 유권자의 관심을 끈 건 기성 정당이 외면하거나 풀지 못하는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겠다고 나섰기 때문일 것이다. 무슬림이자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가 지난해 뉴욕시장에 당선된 것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당’ 창당의 연장선상일 수 있겠다.

순위를 다시 매긴다면 단숨에 이색 정당 1위에 오를 법한 정당이 최근 인도에 등장했다. ‘바퀴벌레인민당(CJP)’이다. 이름부터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 인도인민당(BJP)의 패러디다. “취업도 못 하는 바퀴벌레 같은 젊은 층이 있다”는 인도 대법원장의 미취업 청년 비하 발언이 이 가상 정당 창당의 도화선이 됐다. 정식 정치 조직이 아니라 온라인 운동에 불과하지만 분노한 청년이 단숨에 ‘바퀴벌레 대군’처럼 모여들었다. 1주일 만에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가 2200만 명을 넘어섰다. BJP 등 인도의 어떤 정당도 따라가지 못할 수치다.

네팔 방글라데시와 같은 Z세대의 격렬한 시위는 없었지만, 취업난과 불평등에 좌절과 분노를 삼켜온 인도 청년들이다. 인도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6월 기준 15.3%에 달한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이어져도 ‘고용 없는 성장’에 고민하는 인도다.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인 72만 명에 육박한 우리 청년의 속내 역시 인도 청년 못지않게 상처투성이일 것이다. 정치가 청년의 아픔을 계속 외면한다면 언제 ‘한국판 바퀴벌레당’이 출현해 기득권 정당들을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김정태 수석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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