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곳은 1986년 주택은행이다. 주택담보대출 평가를 위해 전국 주요 단지의 시세를 매주 파악해 ‘주택가격동향’으로 발표했다. 2001년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합병하면서 ‘KB국민은행 시세’로 이름이 바뀌었다. 별도 통계가 없던 정부도 이 지수를 공식 자료처럼 활용했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실거래 기반의 지수를 만들기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서는 정부의 공식 통계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두 기관 모두 주간 단위로 시세를 내지만 방식은 다르다. 부동산원은 감정평가사 등 조사원이 전국 2만여 표본 단지를 직접 찾아가 시세를 확인한다. 반면 KB는 전국 4000~5000곳의 공인중개업소에서 실거래 가능 가격을 수집한다. 전자는 ‘표본 통계형’, 후자는 ‘현장 체감형’ 시세다.
정부가 부동산원의 주간 시세 발표를 중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주간 조사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루빨리 (개편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주간 아파트값 동향이 실거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온 국민이 변동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시장을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시세 조작 논란까지 있었다. 주간 단위로 집값 통계를 내는 나라는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하지만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공식 통계가 사라지면 변동성이 더 큰 KB시세 등 민간 지수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급등락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고, 시장 심리를 읽는 주간 시세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통계의 주기가 아니라, 그 지표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다. 정부는 단기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시장 안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간이든 월간이든, 발표 주기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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