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기를 꺼리는 미국인들조차 주말 아침이면 기꺼이 ‘오픈런’에 나서는 곳이 있다. 텍사스의 유명 바비큐 전문점들이다. 이름난 가게 앞에는 새벽부터 가족과 연인들이 캠핑 의자까지 들고나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텍사스 바비큐는 거친 저항과 개척의 역사, 지역 정체성이 녹아 있는 소울푸드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사람과 기억, 공동체를 이어주는 문화로 대우받는다.
정통 텍사스 바비큐는 고기를 즐기던 멕시코 원주민의 조리법과 훈연 기술에 능숙한 독일 이주민의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다. 대형 화로에서 직화가 아니라 참나무를 태운 연기와 열기만으로 고기를 익힌다. 100~120도의 온도를 유지하며 최소 10시간 이상 훈연하는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텍사스 바비큐 식당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은 단연 브리스킷(소 차돌양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질긴 부위인 브리스킷을 얼마나 잘 손질하고, 훈연 과정에서 그 안의 젤라틴을 끌어내 부드러운 식감을 내느냐가 관건이다. 소금과 후추, 겨자 등 가게마다 고유한 배합의 기본양념을 사용하지만 고기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절제하는 게 원칙이다.
안타깝게도 ‘바비큐 성지’로 통하는 텍사스의 오래된 바비큐 전문점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어제 워싱턴포스트는 소고기값 급등을 견디지 못한 텍사스 지역 바비큐 가게의 잇단 폐업 기사를 실었다. 지난달 기준 미국 내 브리스킷 평균 소매가격은 파운드(약 450g)당 9.6달러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뛰었다. 2024년 말에 비해선 세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가격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오랜 가뭄에 따른 목초지 감소와 사료 가격 급등이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은 손해를 더 키우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는 1951년 후 최저 수준인 8600만 마리 선으로 떨어졌다.
세상 어디서나 먹고사는 것만큼 민감한 문제도 없다. 마음 편히 바비큐 한 조각 사 먹기 어려워진 미국인의 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밥상 물가에 대한 불만은 필연적으로 정부를 향한다. 지금의 비프플레이션(beef+inflation)은 중동 전쟁의 깊은 수렁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또 하나의 정치 리스크다.
이정호 논설위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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