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AIST AI대학 첫 학기, 학생들은 왜 망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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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AIST AI대학 첫 학기, 학생들은 왜 망설였나

“전산학부를 두고 굳이 신설 학과를 갈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봄학기 전공 선택을 앞두고 있던 한 KAIST 2학년생은 인공지능(AI) 대학 진학을 두고 한참을 망설였다고 했다. AI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임에도 동기들의 비슷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KAIST가 올해 야심 차게 출범시킨 AI 대학의 첫 학기 풍경이다.

정원 100명인 AI 단과대를 전공으로 택한 학부생이 12명뿐이라는 본지 보도 이후 과학계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AI 3대 강국’이라는 국정과제에 맞춰 속도전을 벌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진행 과정이 그랬다. 학생들이 전공 신청서를 내야 하는 지난해 12월까지 교수진 명단과 교과 과정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 대학원 연계, 졸업 후 진로 등 학생의 실질적 미래가 제시되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전산학부라는 검증된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로선 미래를 걸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던 셈이다. 기존 단과대와의 차별화 없이 AI라는 ‘간판’만 활용해 단과대를 급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2018년 10월 슈워츠먼 컴퓨팅대학 설립을 발표한 뒤 이듬해 초부터 운영위원회를 가동했다. 학사 과정, 교수 임용, 조직 구조까지 의제별로 의견을 모아 2019년 6월 예비 보고서를 공개했고 같은 해 9월 정식 학기를 열었다. 발표 당시 11억달러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신규 교수 50명을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KAIST AI 대학의 첫 학기는 다른 과학기술원에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정부는 내년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권역별 AI 대학을 차례로 신설할 계획이다.

AI 3대 강국을 향한 방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학부 단계부터 AI를 이해하고 산업에 적용할 인재를 키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다만 학과의 청사진을 고민하기 전에 간판부터 거는 식이라면 같은 성적표는 다른 과기원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국가의 경쟁력과 학생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KAIST 또한 두 번째 학기부터는 학생들이 선택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12명’이라는 숫자가 뼈아프지만, KAIST AI 대학이 앞으로 AI 인재의 산실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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