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외국인 관광객이 4배 늘었는데 외국인이 한국에서 선불카드 형태로 충전해 쓰는 ‘페이머니 서비스’(선불카드) 한도는 20년째 그대로라는 게 말이 되나요.”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외국인 선불카드 1회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묶어둔 규제를 풀어줘야 한국 관광과 핀테크가 동시에 살아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자화폐 선불금 충전 제한이 생긴 건 2008년이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1회 충전 및 결제 한도를 200만원으로 정했다. 이후 국내에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나왔지만 선불카드 충전·결제 한도는 여전히 200만원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해외 각국으로 사용처를 넓히고 있지만 충전 한도 탓에 전체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가령 카카오페이는 50개국에서, 네이버페이는 65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1회 사용 가능액은 한국법에 맞춰 2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이 선불카드로 해외에서 200만원이 넘는 상품을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쓸 수 있는 외국인 선불카드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한도는 1회당 50만원으로 더 작다. 올 1월부터 금융위원회가 무기명식 선불카드를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해 한도를 한시적으로 100만원으로 늘렸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내국인용 선불카드 한도에 비해 여전히 낮은 건 문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규제에 묶인 한국과 달리 중국·일본 핀테크 업체들은 해외 관광객 편의를 위해 페이머니 충전 한도를 늘리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핀테크 서비스인 페이페이는 외국인의 1회 충전 한도를 50만엔(약 470만원)으로 두고 있다. 내국인 한도는 100만엔이다. 중국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외국인 기준 1회 충전 한도가 5000달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국내 선불카드보다 해외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한국이 충전 한도라는 벽에 갇힌 동안 글로벌 업체들은 국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알리페이의 국내 가맹점은 2016년 3만2000곳에서 지난해 기준 200만 곳으로 늘었다. 일본 페이페이도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 본격 진출해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한류 열풍 덕에 올해 방한 관광객은 사상 최대치인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K팝’ ‘K푸드’에 이어 ‘K핀테크’도 방한 관광객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200만원, 50만원이라는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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