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부펀드·국민성장펀드 '두 토끼'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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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부펀드·국민성장펀드 '두 토끼' 잡으려면

최근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화 주제가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출자 사업’으로 불리는 국민성장펀드 얘기다.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공공(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이 절반씩 부담해 매년 30조원, 5년간 총 150조원이 투입된다.

국민성장펀드는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매머드급 정책펀드의 등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게 기업가치 거품 논란이다. 한 VC 관계자는 “정책자금이 풀린 뒤 성장 기업의 몸값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이 가장 저렴할 때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최근 불이 붙은 시장에 ‘기름을 끼얹는’ 소식이 하나 더 전해졌다. 재정경제부가 올 하반기 ‘20조원+a’ 규모의 국부펀드 출범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지분과 상속세 물납 주식을 현물 출자해 20조원 안팎의 초기 자본금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한다는 게 재경부 구상이다.

국민성장펀드를 소관하는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국부펀드에 이례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재경부와 금융위는 지난 22일 한국형 국부펀드 운영 방향과 관련해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국부펀드의 성격이 국민성장펀드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위는 재경부가 국부펀드 투자 전략을 국민성장펀드와 비슷한 ‘그로스 펀드’로 설정한 대목을 걱정하고 있다. 국부펀드는 국내 전략산업 부문의 성장 단계(시리즈B 이상) 유망 기업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민성장펀드와 기능 중복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성장펀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 목표로 조성됐다.

지금 같은 구조대로면 첨단 업종 기업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반도체, AI 등 일부 업종에 자금이 쏠리면서 ‘투자자가 기업을 고르는 게 아니라 기업이 투자자를 고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부펀드 자금이 더해지면 시장 왜곡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와 국부펀드가 공생하며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국부펀드의 제1 목적은 수익 창출이어야 한다”는 금융권 지적을 새겨들을 만하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전체 자산의 70.2%를 엔비디아, 애플 등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형 국부펀드가 ‘수익 창출’과 ‘첨단산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게끔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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