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사전투표를 불과 7시간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이 열렸다. 토론회는 유권자를 위한 검증의 장이라기보다 후보들이 경쟁자의 의혹을 쏟아내는 선전장에 가까웠다. 930만 시민의 삶을 좌우할 의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지만 유권자가 듣고 싶은 답변은 번번이 시간 제한에 가로막혔다.
이런 부실 토론의 근본적 원인은 단 한 차례뿐인 토론 구조에 있었다. 주요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는 법정 TV토론이 한 번뿐인 것은 1995년 민선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120분 안에 후보의 자질, 의혹, 공약, 시정 운영 능력을 모두 검증하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한 요구였다.
한계는 주도권 토론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주도권을 지닌 후보가 상대의 의혹을 장황하게 제기한 뒤 상대는 수십 초 안에 답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아기씨당 의혹’ 공방이 대표적이다. 재개발 인허가, 기부채납, 구청장 시절 결정이 얽힌 복잡한 사안은 차분한 검증이 필요했다. 하지만 토론장에서는 짧은 질문과 해명의 공방만 반복됐다. 실체보다 구호가 더 크게 들렸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었지만 논쟁은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 정 후보가 ‘중대 부실이냐, 일반 부실이냐’를 물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답변 자체를 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시민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아쉬운 장면이었다. 질문은 검증되지 못한 채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이런 구조에선 후보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 도전자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가장 자극적인 의혹을 꺼내 들게 된다. 방어하는 쪽은 구체적 설명보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들은 유권자가 아니라 상대 후보의 약점을 향해 말하게 된다. 토론이 정책 경쟁이 아니라 시간 관리 게임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광역단체장 후보 TV토론을 1회 이상 열도록 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장의 권한과 예산, 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한 차례 토론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 후보 토론은 최소 세 차례 열리는데,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질 시장 후보 검증이 단 한 번으로 끝나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판을 바꿔야 한다.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을 최소 3회 이상으로 늘리고, 주거·교통·안전·민생 등 의제별 토론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주제에서 벗어난 공세나 불성실한 답변을 제어할 수 있는 진행 규칙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6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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